"의아하다" 반응에도…美 냉동 대신 국산 감자 밀어붙인 이유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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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직거래 빅뱅지난 6월 한국에 상륙한 파이브가이즈가 감자튀김용 감자로 국산 감자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대다수 외식업 관계자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감자튀김용 감자로는 대개 미국 아이다호주가 주산지인 러셋감자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러셋감자는 점분이 많고 당도가 낮아 감자칩, 감자튀김으로 적합한 품종이다.
국산 감자튀김부터 대파 햄버거까지
외식사도 산지 직구 늘린다
파이브가이즈, 美 러셀감자 대신 강원도 감자 택해
맥도날드는 매년 1만7000t 국산 식재료 사용
“원재료 신선도 유지와 안정적 수급 위함”
지역 희소성 더해 마케팅 펼치기도
파이브가이즈처럼 국내에서 영업중인 외식 브랜드들이 ‘농산물 직구’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가 창녕 마늘, 진도 대파를 사용해 만든 버거 3종은 올해에만 250만개가 팔렸고 SPC는 10년 넘게 대관령 딸기 농가와 거래중이다.이상기후와 글로벌 물류 불안정이 만성화하는 가운데 재료의 원활한 수급이 일순위 과제로 떠오르면서 외식업체들은 우수한 공급처를 찾기 위해 직접 산지 발굴에 나서는 상황이다.
국산 재료 쓰는 햄버거 회사
한화갤러리아에 따르면 파이브가이즈는 수입산 냉동 감자가 아닌 갓 수확한 감자를 직접 손질 후 조리하고 있다. 오픈 초기에는 전남 보성에서, 이달부터는 강원지역 300여 곳의 농가에서 감자를 공급받기 시작하는 등 국산 감자를 고집한다.파이브가이즈 유치를 주도한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파이브가이즈 관계자는 “러셋 감자와 동일한 품질과 맛을 가진 국산 감자를 찾기 위해 김 본부장 이하 실무진들은 론칭 1년 전부터 산지를 찾아다녔다”며 “식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주 3회 이상 새 감자를 받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한국맥도날드는 닭고기, 돼지고기, 양상추, 토마토, 계란 등 주요 식재료를 국내에서 공급받는다. 매년 1만7000t의 국내산 재료를 활용하는 ‘로컬소싱’ 선도업체다. 창녕 마늘, 진도 대파 등 국산 재료를 사용한 한정 메뉴를 2021년부터 매년 출시해왔다. 지역 농가에게 판로를 개척해줄 뿐만 아니라 ‘맥도날드가 인정한 농산물’이라는 인증을 하는 셈이기 때문에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공급 불안에 대응
식자재 유통회사로부터 주요 재료를 공급받았던 외식업체가 직접 산지를 찾아나서게 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공급 불안이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글로벌 물류 대란과 이상기후로 우리나라에서 햄버거에 토마토가 빠지거나 버거 세트 메뉴에 감자튀김을 넣지 못하는 사태가 한동안 이어졌됐다. 한 프랜차이즈 버거 업체 관계자는 “좋은 재료를 원활하게 공급하는 것이 각 사 구매담당자의 일순위 과제가 됐다”며 “직접 산지에 찾아가 벤더나 지역 농협과 거래를 한다”고 설명했다.계절성이 뚜렷한 과일을 주로 사용하는 경우 이러한 형태의 직거래가 이미 자리잡았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파리바게뜨는 일 년 내내 딸기 케이크를 선보이는데, 기온 상승으로 딸기가 잘 나지 않는 6~11월을 대비해 대관령의 여름 딸기 농장과 2010년대 중반부터 딸기를 거래하기 시작했다. SPC삼립의 식자재 공급 전문 계열사 SPC GFS의 딸기 직거래 금액은 2018년 82억에서 지난해 117억으로 42.6% 증가했다.스토리 담으면 마케팅 효과도
지역색을 띤 재료의 경우 마케팅 효과도 극대화된다. 희소성이 더해져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수월해진다.CJ푸드빌은 5월 전라남도청과 협약을 맺고 6월부터 빕스, 더플레이스, 한쿡 등 자사 외식브랜드에 완도군산 전복을 사용한 메뉴를 대대적으로 선보였다. 시장 가격이 떨어진 전복 판매 촉진을 돕기 위함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지역 특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 ‘로코노미(로컬+이코노미)’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며 “공급망이 안정화되면 관련 상품을 꾸준히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스타벅스코리아는 서울, 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 제주 7곳을 상징하는 특별 음료를 다음달 11일까지 각 지역에서 한정 운영한다. 강원 음료는 강원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식이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