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 "LH 임대주택으로 적극 매입해달라"

"은행가면 뺑뺑이·LH공공주택 매입 무소식"…긴급주거지원 82가구뿐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다가구 주택 피해자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 주택을 사들여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LH 매입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다가구 주택의 보증금 선순위·후순위 피해자를 모두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자신만만하게 내놓은 LH 매입임대주택 활용 방안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부터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 대책위원회의 이철빈 위원장은 23일 "어떤 주택을 어떤 기준으로 매입할지 국토교통부와 LH가 정확한 기준을 피해자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인 '피해주택 매입 이후 공공주택 전환'을 전향적으로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LH가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다가구 주택을 경매에서 사들일 수는 있지만, 세입자 100% 동의를 얻어야 하므로 이를 위해선 LH의 적극적인 이해관계 조정과 개입이 요구된다.

은행에서 이리저리 '뺑뺑이'를 도는 일이 없도록 정부에서 더욱 명확한 지침을 내려 전파해달라는 것도 피해자들의 주된 요구 사항이다.

은행마다 금융 지원 절차가 다르고, 세부 지침이 없어 피해자들의 혼선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특별법 피해자로 인정받는다면 대출 연장, 대환 대출, 경락 대출, 특례채무조정 등 정부에서 발표한 금융 지원은 모두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현장에 특별법과 정부 대책이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정부 기준이 아닌 은행 자체 사유로 금융 지원을 거부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조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실효성 있는 긴급주거지원 주택 확대도 과제로 꼽힌다.

경매가 끝나 살던 집에서 나가야 하는 피해자를 위해 마련한 긴급주거 임대주택 입주자는 LH 집계 기준으로 지금까지 82가구뿐이다.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 김모(36) 씨는 "긴급주거지원도 알아봤지만, 직장과 거리가 멀고 조건이 맞는 곳이 없어 포기했다"며 "수도권에 비해 지방은 적당한 긴급주거 주택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