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사기꺾기…우크라, 러 초음속 폭격기까지 파괴(종합)

두 차례 연이어 러시아 공군기지 공격
"러 내부에서 이륙해 더 큰 굴욕 안겨"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사기를 꺾기 위해 잇달아 드론(무인기) 공격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CNN 방송 등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전장에서의 힘의 균형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러시아군의 사기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뉴 보이스 오브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 군정보기관(GUR)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드론이 최근 5대의 러시아군 항공기에 손상을 입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지난 19일 Tu-22 M3가 파괴되고 다른 항공기 두 대가 손상됐으며 이틀 뒤인 21일에는 러시아 칼루가에서 러시아 폭격기 두 대가 GUR 공작원이 조종하는 드론에 의해 손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지난 19일 러시아 노브고로드주의 공군기지에 세워져 있던 전술·전략 폭격기 투폴레프(Tu)-22M3 1대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완전히 파괴됐다.

이날 파괴된 Tu-22 M3는 옛 소련 시절에 개발된 초음속 전술 및 전략 폭격기로, 1987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됐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마리우폴에 미사일을 대량 투하하는 역할을 했다. CNN은 지난 8일 촬영된 이 기지의 위성 사진에는 여러 대의 투폴레프 폭격기가 주기돼 있으나, 21일 사진에는 폭격기 중 한 대가 있던 자리가 검게 타고 나머지 폭격기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된 모습이 목격된다고 전했다.

러시아군 폭격기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지난 21일에도 이어졌다.

우크라이나군 정보국의 안드리 유소프 대변인은 러시아 칼루가주의 공군기지에 드론 공격이 이뤄졌으며 "최소 한 대의 항공기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에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 군 정보기관과의 확실한 조율을 통해 이뤄졌다"며 "이번 임무가 러시아 영토 내에서 수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다른 많은 경우에도 여러 임무를 러시아 내에서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칼루가주 공군기지 공격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텔레그램 매체 바자는 우크라이나 드론이 21일 기지에 추락했으며 "비행장에서 사용되지 않는 항공기가 손상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매체는 이 정보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러시아의 다른 텔레그램 채널인 마쉬도 "우크라이나 드론이 오늘(월요일) 아침 비행장에 착륙했다"며 "우리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이 드론은 급조폭발물(IED)과 강화 배터리가 장착된 민간 헬리콥터형 드론이었고 제때 발견돼 격추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측에서는 공군 기지를 타격한 잇따른 드론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러시아 국방부는 19일 노브고로드주 공군기지에서 드론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으며, 발견됐을 때 "소형 무기로 타격당했다"라고 주장했다.

자세한 피해 규모는 밝히지 않았고 사상자는 없다고 했다.

블라디슬라프 샤프사 칼루가 주지사는 21일의 공격에 대해 기지로부터 15㎞ 떨어진 키로프 지역에서 드론 공격을 격퇴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피해 정도를 축소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유소프 대변인은 "적어도 항공기 한 대가 손상을 입었다"며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정권은 피해와 손실 규모를 숨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폭격기 파괴 공격에 성공한 드론은 러시아 내부에서 발사됐을 수도 있다는 점이 러시아에 더 큰 굴욕을 줬다고 외신은 관측했다.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은 모스크바가 말한 헬리콥터형 드론은 러시아 외부에서 띄워서는 해당 공군기지까지 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DI는 "이는 러시아의 군사 시설에 대한 일부 드론 공격이 러시아 영토 내부에서 발사된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를 더한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여러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상대적으로 작고 저렴한 쿼드콥터(회전날개 4개가 달린 드론)를 사용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러시아군이 폭격기를 격납고에 두지 않아 드론 공격에 노출됐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ISW는 폭격기 두 대가 손상됐다고 해서 군사적으로 큰 영향이 있지는 않겠지만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의 반응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려고 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크림반도와 그 주변 지역뿐 아니라 모스크바 등 러시아 도시들을 겨냥한 드론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대부분의 경우 드론 공격 사실을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가끔 해당 공격과 관련해 암시하거나 러시아를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안드리 유소프 대변인은 국영 방송에 출연해 "Tu-22M3에 뭔가 떨어뜨린 것은 아마 큰 비둘기 몇 마리였을 것"이라며 "모스크바에도 폭발 같은 것은 없고 공항과 항공편이 일정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고 비꼬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은 불가피하고 자연스럽고 절대적으로 공정한 과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