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력반도체 산업 거점으로 '급부상'

SK파워텍·에스티아이 투자 이어
연내 2개 기업 추가 유치 가능성

기장 연구용 원자로 인프라 활용
고품질 반도체소재 개발 길 열려
제조·활용·성능시험 생태계 완성
부산 기장군 방사선의과학산단 내 전력반도체 상용화센터 후공정실에서 테크노파크 관계자와 연구개발 인력이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부산테크노파크 제공
부산시가 10여 년의 노력 끝에 전력반도체의 제조부터 활용, 성능시험을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을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지정으로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 등 생태계의 폭을 넓힐 정책적 지원책이 마련됨과 동시에 인근 기장 연구용 원자로를 활용한 고품질 반도체 소재(SiC, 실리콘카바이드) 개발의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전력반도체 관련 기업 두 곳(SK파워텍 에스티아이)을 유치한 데 이어 연내 두 개 기업 투자 유치가 추가로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22일 전력반도체 소재 제조기업 에스티아이의 입주가 결정되면서 전력반도체 생산의 모든 과정이 부산에 집적됐다고 부산시는 설명했다.전력반도체 칩을 완성하는 소자 제조 기업(SK파워텍, 비투지, 트리노테크놀로지)과 모듈 및 패키지 기업(제엠제코), 인버터 제조기업(효원파워텍)에 더해 전력반도체의 제조 기반인 웨이퍼 관련 기업 에스티아이까지 입주했기 때문이다.

시의 전력반도체산업 육성 전략은 2012년 ‘전력반도체 인프라 구축 기본계획 및 타당성 연구용역’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여러 차례의 예비타당성 조사 탈락 끝에 2016년 사업 추진이 결정되며 기장군 동남권방사선의과학산단에 전력반도체 상용화를 위한 인프라(상용화센터, 신뢰성평가인증센터, 생산플랫폼 구축 등)에 1337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지난달 산업부의 소부장 특화단지 공모에서 부산시가 전력반도체 부문에 지정됨에 따라 정책 지원 역량이 결집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능 화합물 전력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반 시설 투자가 이뤄지고,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 등 정부 지원사업과 연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된다.부산에 입주한 전력반도체기업의 SiC 등 고성능 화합물 전력반도체 부문 세계 시장 선점도 기대된다. 공사에 들어간 기장 연구용 원자로가 핵심 인프라다. 전력반도체의 핵심 자원인 SiC에 중성자를 쏴 분자 증·배열에 관여하는 기술을 연구해 고품질 웨이퍼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인공지능, 로봇, 전기차, 우주발사체 등 다수의 고집적 회로를 사용하거나 극한 환경에서의 내구성이 중요해짐에 따라 소자 손상 최소화에 다가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는 5명인 팀 단위 전력반도체 지원 조직을 내년 과 단위로 개편해 관련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지역 17개 대학은 전력반도체 공유대학을 개설해 입주 기업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전력반도체는 조선, 자동차, 가전 등 동남권 제조업과 밀접하게 연관된 산업”이라며 “77개 기업 협의체를 꾸려 부산을 전력반도체산업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고성능 화합물 전력반도체 기술 선점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