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등록금 내고, 골프회원권 사고…기부금 펑펑 쓴 공익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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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일탈 공익법인 77곳 적발A공익법인은 시민들로부터 기부받은 돈으로 다수의 고가 골프회원권을 구입했다. 회원권 취득 여부는 공시조차 하지 않았다. B공익법인 이사장은 법인 자금을 손녀의 해외 학교 등록금으로 부당 지출했다.
법인 이사장들 도덕적 해이 심각
국세청은 올 상반기 공익법인 대상 개별 검증을 실시한 결과 77곳의 자금 부당유출 및 공시의무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위반금액은 473억원에 달한다. 불성실 혐의를 받고 있는 113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검증이다.공익법인은 사회복지, 종교, 교육, 장학, 의료 등 공익 목적으로 설립돼 기부금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법인이다. 2021년 기준 3만7556곳이다. 공익법인은 매년 재무제표와 기부금 수입 및 지출 내역 등을 국세청 홈택스를 통해 공시해야 한다. 공익법인에 대한 의무이행 점검 여부는 지난해부터 국세청이 맡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공익법인 자금을 부당하게 유출하거나 골프장 등에서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출연재산을 공익목적 외에 사용한 53개 법인이 적발됐다. 출연재산을 누락하고 기부금 수입 누락 등 공시의무를 위반한 24개 법인도 적발됐다. 검증 결과 대기업 계열의 공익법인도 일부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세청은 적발된 공익법인의 세부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공익법인 이사장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상당수 드러났다. 한 공익법인 이사장은 본인의 장모를 위해 공익법인 자금으로 아파트를 매입했다가 적발됐다. 공익법인이 아파트를 취득한 뒤에도 장모에게 무상으로 계속 임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재봉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은 “지금까지 공익법인이 세법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에 초점을 뒀지만 검증 결과 기부금 부정 사용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국세청은 하반기에도 불성실 혐의를 받는 공익법인에 대해 추가 정밀 검증을 시행할 계획이다. 검증 대상은 39개 공익법인이다. 국세청은 세법 위반 공익법인엔 추징 및 시정 조치할 계획이다. 회계 부정이나 사적 유용이 확인되는 경우 재발 방지를 위해 3년간 사후관리하는 등 불성실 공익법인을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