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슈퍼사이클' 中 습격…그림자금융 부실 수면 위로
입력
수정
지면A8
위기의 중국경제“부채 슈퍼사이클이 중국에 다가왔다.”
(3) 몰려오는 '회색 코뿔소'
신탁 등 그림자금융 커졌지만
엄격한 규제없고 구조 복잡
부실 발생해도 파악 어려워
최근 지급연기·중단 잇따라
지방정부 숨은 빚도 '뇌관'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중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세 둔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부채 슈퍼사이클’ 역풍의 결과라며 “중국이 전례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2008년 이후 대규모 부채를 지렛대 삼아 빠르게 성장했지만 그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공식 통계에 잘 잡히지 않아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3조달러(약 4000조원) 규모 그림자 금융이 ‘회색 코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정부 부채에 안 잡히는 LGFV만 1경원
22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로고프 교수는 최근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문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시작된 부채 슈퍼사이클이 2010년 유럽으로 확산했고 이후 저소득 국가로 이동했다”며 “중국 당국은 그동안 놀랍게도 경제 위기를 극복해왔지만 지방정부 및 부동산 부문의 높은 부채와 함께 심각한 성장 둔화가 발생한 건 전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부양책을 펼치며 부동산 및 인프라 투자를 촉진했다. 이에 힘입어 중국 경제는 ‘V자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로고프 교수는 중국의 1인당 소득 수준이 선진국만큼 높아지지 않은 가운데 인프라 개발이 상당히 빠르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이런 문제를 예상했다고 전했다.최근 들어 중국도 부채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정부 부채는 국제통화기금(IMF) 집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77.1%(2022년)로 미국(121.7%)보다 낮다. 하지만 2028년 중국 정부 부채는 GDP 대비 104.9%로 급증해 미국(136.2%)과 격차가 좁혀질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각 지방정부의 자금 조달용 페이퍼컴퍼니인 ‘지방정부 융자 플랫폼(LGFV)’을 통해 조달되는 자금이 공식 집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IMF의 지난 2월 발표에 따르면 중국 내 LGFV 조달 잔액은 2019년 40조위안(약 7183조원)에서 2022년 말 66조위안(약 1경1852조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지난해 명목 GDP인 121조위안의 절반에 달한다. 월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LGFV의 숨겨진 부채를 포함해 중국 지방정부 총부채가 약 23조달러(약 3경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언론 차이신은 “지방정부 부채가 금융 시스템의 위험에 접근하는 회색 코뿔소가 됐다”며 “31개 성·시·자치구 중에 경제적 기반이 약한 일부 지방정부는 부채 규모가 너무 커 유동성 위험에 가까워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회색 코뿔소란 눈에 뻔히 보이지만 방심하고 있다가 한순간 돌진해오는 거대 위험 요인을 말한다.
○그림자 금융 규모 4000조원 추산
중국의 부동산발 위기는 지방정부 부채 문제뿐 아니라 그림자 금융 문제를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렸다. 그림자 금융은 은행처럼 신용을 창출하면서도 은행과 같은 규제는 받지 않는 금융기업이나 금융상품을 말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3조달러(약 400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중국 자산관리회사 중즈그룹이 대주주로 있는 중룽(中融)국제신탁의 유동성 위기는 그림자 금융 우려를 키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중룽신탁은 최근 만기가 도래한 10여 개 상품의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 신탁회사들은 잘 드러나지 않은 채 운영되지만 중국 전체 대출의 거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중룽신탁은 총자산 6290억위안(약 115조원) 중 670억위안(약 12조3000억원)을 부동산 부문에 투자해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큰 충격을 받았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그림자 금융을 흔드는 유동성 위기가 더 넓은 금융 분야의 위기를 촉발하고 이미 약화한 중국 경제에 도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