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를 땅에 가둬라" 기후위기 해법은 '당신의 밥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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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에 입맞춤을'기록적인 무더위' 이야기는 매년 나온다. 하지만 올해 여름은 유독 심각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달은 기후 관측 사상 가장 더운 7월이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이렇게 평가했다. "지구 온난화의 시대는 끝났다. '끓는 지구'의 시대가 도래했다."
조시 티켈 지음
유기쁨 옮김
눌민
512쪽│2만6000원
폭염으로 인한 가뭄과 산불, 도시의 열섬 현상과 해수면 상승 등의 원인으로 가장 자주 지목되는 건 탄소 배출 문제다. 국제 사회에서 '탄소 제로' '탄소 중립' 등을 표방한 여러 프로그램들이 제시됐지만, 탄소가 가져다주는 편리함을 단번에 포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한국어로 번역된 <대지에 입맞춤을>은 기후 위기의 해결책을 농업에서 찾는다. 탄소 배출을 억제하기보다 황폐해진 토양을 되살려 탄소를 땅속에 가두는 방법을 제안한다. 책은 동명의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돼 2020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저자는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작가인 조시 티켈이다. 그는 미국과 유럽 각지를 오가며 취재한 내용을 글로 옮겼다. 미생물과 곤충 등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는 농장의 경영자부터 자연 방목 방식을 고수하는 인디언 보호구역의 활동가들까지 다양한 사람과 만났다.
책은 단일품종 대량 재배에 집중하는 현대 농법을 비판한다.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문제의 해결책으로 여겨졌지만, 오히려 이런 방식이 기후 위기를 가속했다고 주장한다. 단일 재배가 필요로 하는 화학약품 중 상당수가 토양을 재생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티켈의 분석은 이렇다. 땅을 갈아엎고 제초제와 살충제를 투여하면 미생물 생태계가 파괴된다. 미생물이 사라지면 지력이 쇠한다.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게 될수록 더 많은 화학약품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이 펼쳐진다. 식물이 없어지면 토양은 건조해지고, 탄소를 머금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그는 "우리는 우리 스스로 사막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의 대안은 '재생농업'이다. 밭을 갈지 말고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토양 침식을 막기 위해 피복작물을 심어야 한다. 가축이 주변 환경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방목할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토양 생태계를 복원하면 탄소 포집률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결국 문제는 경제성이다. 재생농업을 실천하는 농가가 계속 굴러가려면 소비자들의 선택이 필요하다. 저자가 책의 핵심을 '세계를 바꾸는 음식의 힘'이라고 정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전제는 간단하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선택하는지가 우리의 문명을 만들거나 붕괴시킬 것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