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바다가 유능한 뱃사람을 만든다 [고두현의 아침 시편]

실패할 수 있는 용기
유안진

눈부신 아침은
하루에 두 번 오지 않습니다.
찬란한 그대 젊음도
일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습니다.어질머리 사랑도
높푸른 꿈과 이상도
몸부림친 고뇌와 보석과 같은 눈물의 가슴앓이도
무수히 불 밝힌 밤을 거쳐서야 빛이 납니다.

젊음은 용기입니다.
실패를 겁내지 않는
실패도 할 수 있는 용기도
오롯 그대 젊음의 것입니다.

------------------------
“시도한 모든 일에서 나는 실패와, 실패와, 실패를 경험했다. 세일즈맨이 됐을 때 수백 번의 실패를 경험했고, 경영진이 되어서도 끝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나는 성공하기 전에 내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실패하고 또 실패했다.”

성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브라이언 트레이시가 털어놓은 이야기입니다. 그는 ‘실패학’을 ‘성공학’의 지렛대로 활용한 사람이지요. 그가 거친 직업만 22개. 쓰라린 생의 변곡점마다 그는 실패의 눈물 속에서 성공의 꽃망울을 피워 올렸습니다.

캐나다 동부의 한 섬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곧바로 밑바닥 생활을 시작했죠. 접시닦이부터 시작해서 벌목공·주유소 점원·화물선 잡역부 등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중고차에서 새우잠을 잤습니다. 그러다 세일즈맨이 돼 일선 판매에 나섰는데, 애송이의 영업 실적은 형편없었지요. 생활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렇게 외쳤습니다. “그래, 내 인생을 바꾸자!” 그리고 종이 한 장을 펼쳐 자신의 목표를 하나씩 썼습니다. ‘방문 판매를 통해 한 달에 1000달러씩 번다.’

딱 한 달 후, 그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판매 실적은 놀라울 정도로 급상승했고요. 마침내 그는 매달 1000달러의 월급을 받으면서 판매사원들을 교육하는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 후로도 그는 실패할 때마다 종이를 펼쳐놓고 새로운 목표들을 적은 다음 구체적인 방법을 찾곤 했지요. 이것이 바로 세계적인 ‘브라이언 트레이시 목표 설정 기법’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용기마저 비켜 간다고 하죠? 지식생태학자로 유명한 유영만 한양대 교수도 브라이언 트레이시 못지않게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공업고등학교에 다녀야 했고 대학도 고학으로 마쳤죠.

졸업 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접시닦이와 잡역부로 일하며 박사 학위를 받았고, 삼성인력개발원에서 현장 경험을 쌓은 뒤 모교의 교수가 됐습니다. 그는 “생(生)은 소(牛)가 외나무다리(一) 위를 건너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용기 있게 다리 위에 올라서서 참된 삶(生)을 향해 도전할 것인가, 머뭇거리다 그냥 주저앉고 말 것인가.”

그는 용기야말로 미래를 잃은 사람이나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희망 에너지라고 강조합니다. 그의 책 <용기>에 이런 대목이 나오지요.
“우리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실수할까 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거라네.”

실패만 거듭하는 소심형 샐러리맨에게 스승이 들려준 얘기입니다. 주인공은 위기에 몰린 혁신 프로젝트팀의 말단 사원. 스승은 그에게 생(生)이라는 한자 얘기와 함께 인생의 위기는 건너야 할 ‘외나무다리’를 회피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니 ‘용기’를 내 당당히 건너가라고 가르칩니다.

유영만 교수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용기란 마지막 1%의 힘”이라고 역설합니다.

“물이 부글부글 끓고 있을 때는 정말 뜨겁고 대단해 보입니다. 누구나 그렇게 뜨거운 열정과 파워 넘치는 삶을 원하지만, 정작 1%의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용기란 거창한 게 아니지요. 일상에서 작은 도전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갈 때 ‘1%의 용기’는 저절로 만들어집니다. 오늘 여러분은 용기 있는 삶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하고 있습니까?” 마크 트웨인도 그랬죠. “용기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 대한 저항이며 극복”이라고 말입니다. 평온한 바다는 유능한 뱃사람을 만들 수 없지요. 그래서 오늘, 유안진 시인의 ‘실패할 수 있는 용기’를 오래도록 음미해 봅니다.


■ 고두현 시인 :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등 출간. 유심작품상, 김만중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