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와 대화 가능하다면…" '강바오' 강철원 사육사 대답은 [이미경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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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탄생 50일 기념 기자간담회
이름 공모 시작…10월 중순 확정
푸바오 내년 중국행
"보고싶겠지만 괜찮다"
"판다는 나의 자부심"
"푸바오처럼 좋은 메시지를 담은 이름이면 좋겠어요."쌍둥이 새끼 판다 이름이 어떤 이름이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강바오' 강철원 사육사(54)는 이렇게 답했다. 이제 막 태어난 손녀의 이름을 짓는 할아버지의 애정이 듬뿍 담긴 답이었다. 에버랜드는 쌍둥이 판다 탄생 50일을 맞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끼 판다 이름 공모에 나섰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강 사육사는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의 푸바오가 판다월드 방문객들에게 행복을 줬듯, 방문객들에게 좋은 기운을 줄 수 있는 이름이 선정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이날부터 에버랜드 유튜브·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통해 지난달 7일 태어난 쌍둥이 판다 이름을 공모한다. 공모를 통해 접수된 이름은 새끼 판다의 건강 상태가 안정기에 접어드는 생후 100일 무렵(10월 중순) 확정된다. 강 사육사는 새끼 판다의 건강상태에 대해 "야생에서는 엄마 판다가 쌍둥이를 돌보기 어려워 한 마리만 살아남는다"며 "하지만 판다월드에서는 사육사와 인큐베이터 도움으로 두 마리 모두 건강하게 성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7일 180g, 140g으로 태어난 쌍둥이 판다의 현재 몸무게는 2㎏에 달한다. 쌍둥이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외부인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쌍둥이 판다의 탄생이 더욱 의미 있는 건 2020년 한국에서 태어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푸바오가 내년 초 중국으로 가기 때문이다. 중국은 외국에 판다를 빌려주며 번식기인 만 4세 이전에 판다를 중국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단서를 단다. 한국에서 태어난 푸바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에버랜드는 푸바오가 만 3살이 된 지난달부터 중국당국과 푸바오의 중국행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 정확한 반환 시기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한국과 중국의 기후 상황 등을 고려해 내년 초 이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푸바오 중국행, 때가 되면 출가해야"
푸바오와의 이별을 언급하는 '푸바오 할아버지' 강 사육사는 36년 차 베테랑 사육사다운 모습이었다. 그는 "푸바오가 그립긴하겠지만 나는 괜찮다"라면서 "푸바오는 내 마음속에 영원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도 대학생 딸이 둘 있다 점을 언급하며 "때가 되면 출가하는 게 정상"이라고 덧붙였다.강 사육사는 1988년 에버랜드에 입사한 36년 차 베테랑 사육사다. 그런 그에게도 동물과의 교감은 어젼히 어렵다. 판다와 대화할 수 있다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 "일상적인 얘기를 하고싶다"며 "'원하는 게 뭐니?' '어디가 아프니?'" 묻고 싶다고 답했다. 에버랜드 근무기간 80여 종의 동물을 담당했던 강 사육사에게 판다는 '자부심'이다. 강 사육사는 "국내 최초의 판다 번식에 기여할 수 있었던 건 정말 의미있는 과정"이었다며 "판다를 돌보면서 행복감도 느낀다"고 뿌듯해 했다.
판다월드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판다가 스트레스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에는 "판다 컨디션은 사육사들에게 맡겨달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관람 매너를 잘 지켜주고 계신다"며 "판다도 환경에 적응해 안정감을 갖고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판다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던 강 사육사는 이날도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판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푸바오, 여기 좀 보고 웃어봐. 죽순 맛있어? '오늘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냉면(죽순을 물에 넣어 얼린 것)' 마음에 들어?". 푸바오는 강 사육사 말을 알아듣는다는듯 죽순과 냉면을 들고 강 사육사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용인=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