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질서 흐린다"…금융당국 타깃 된 AIA생명

AIA생명, 내달 판매자회사 출범
GA업계 "AIA 과도한 설계사 빼앗기 우려"
금감원 "부당 승환 등 있을 시 검사"
내달 판매자회사 출범을 앞두고 있는 AIA생명이 과도한 '설계사 빼오기' 의혹으로 업계의 눈총을 받고 있다. 자회사 영업조직 강화를 위해 타 회사 소속 설계사들에게 높은 정착지원금을 제시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이 같은 무리한 스카우트 방식은 결국 승환계약 유도 등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법인보험대리점(GA)인 굿리치 소속 설계사 300여명이 이탈했다. AIA생명이 9월 자회사 GA인 'AIA프리미어파트너스' 출범을 앞두고 영업조직 강화에 나서면서, 외부 설계사 영입에 총력을 쏟은 데 따른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실제 AIA프리미어파트너스 초대 대표로 선임된 공태식 신임 대표는 굿리치에서 영업조직을 총괄했던 부사장 출신이다. 현재 AIA생명은 경력직 보험설계사들에게 최고 연봉의 200% 수준까지 정착지원금을 약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GA업계의 평균 정착지원금이 직전 연봉의 50% 수준인 데 비하면 과도하게 높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굿리치 측은 "AIA생명을 포함해 타 GA 이동까지 실제로 300여명의 설계사들이 이탈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글로벌 기업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자회사 GA들이 기존 GA 설계사들을 리쿠르팅하는 형태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수단일 수 있겠지만, 이런 행태가 지속된다면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AIA생명의 부당 스카우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메트라이프생명은 "AIA생명이 실적 좋은 설계사를 대규모로 빼가 영업을 방해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재판부는 AIA생명에게 메트라이프생명에 6억 원을 지급하라고 강제 조정하기도 했다.보험대리점협회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정치인 출신의 김용태 회장도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최근 이어지고 있는 AIA생명의 리쿠르팅 방식을 꼬집었다. 김 회장은 이 같은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 '과열 리쿠르팅 방지 자율협약'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김 회장은 경력직 설계사에 대한 정착지원금을 초년도 판매수수료 상한제도인 1,200%룰 내에서 운영하는 방식의 자율협약안을 제시했다. 고액의 정착지원금을 제공해 설계사나 영업조직을 데려오는 스카우트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의도다. 당초 지난 달 협약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업계의 소극적인 참여로 결국 자율협약은 미뤄진 상태다.

실제로 GA업계의 과도한 리쿠르팅 경쟁은 오랜 기간 문제로 지적돼왔다. 특히 최근 대형 보험사의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 열풍으로 GA 출범이 잇따르면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정착지원금을 높여 기존 GA 설계사들을 대거 스카우트 해가는 방식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문제는 이런 과열 경쟁이 초래한 잦은 설계사 이동은 결국 금융소비자 피해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보험사가 경력직 설계사를 영입할 때 높은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설계사가 관리하던 고객의 유치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승환계약 유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승환계약은 보험설계사가 소속을 옮길 때 기존 보험계약을 해지한 후 새 보험을 가입시키는 행위로, 일명 '갈아타기'라고 불린다. 이번 사례처럼 설계사들이 수백명 대거 이탈하는 경우 소비자들의 보험까지 무리하게 승환을 유도하는 불완전판매가 무더기로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안이 불완전판매로 대거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미 AIA생명 측에 부당한 스카우트를 자제하라고 권고한 상태지만, 결국 개별사의 채용 관련 부분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규제할 근거는 없다"면서도 "다만 이 같은 리쿠르팅 방식은 약 6개월에서 1년 정도 후에 승환계약 유도 등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의 피해여부를 파악해 현장검사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