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간 구광모 "AI·바이오, LG의 미래 巨木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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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간 현지 사업장 점검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최근 미국·캐나다를 방문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인공지능(AI)·바이오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 전략을 점검했다. 현지 유망 스타트업과 연구기관도 찾아 최신 기술 트렌드를 익히고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LG화학이 인수한 아베오 찾아
'배터리처럼 바이오 도전' 주문
LG전자 토론토 AI랩도 방문
"20년 미리 준비해 新산업 주도"
임직원들에게는 “LG는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10년, 20년을 미리 준비해 새로운 산업을 주도해 왔다”고 말하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할 것을 강조했다. 취임 5년차를 맞은 구 회장이 미래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바이오 등 구광모표 신사업 육성
LG는 24일 “구 회장이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LG화학 생명과학본부의 보스턴 법인과 계열사 아베오, 토론토의 LG전자 AI 랩(Lab) 등을 방문해 관련 분야의 미래 사업을 점검했다”고 발표했다. 구 회장의 북미 출장은 2018년 회장 취임 이후 이어온 미래 준비 행보를 전 세계로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분야를 선정하고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배터리처럼 바이오에서도 도전 강조
출장 첫날 일정은 보스턴에서 소화했다. 보스턴은 글로벌 바이오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2000여 개가 밀집해 있다.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곳이다.구 회장은 2019년 설립된 LG화학 생명과학본부 보스턴 법인(이노베이션센터)과 LG화학이 지난 1월 인수한 아베오파마슈티컬스를 찾았다. 항암 신약, 세포 치료제를 중심으로 ‘2030년 글로벌 톱티어’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점검했다.구 회장은 “LG의 바이오 사업이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임직원을 격려했다. 30년 넘는 기술 개발 및 투자를 통해 현재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은 배터리처럼 바이오 사업에서도 ‘끊임없는 도전’을 주문한 것이다.
둘째 날인 22일엔 AI 특화도시 토론토를 방문해 AI 분야 미래 준비를 이어갔다. LG전자 ‘AI 랩’을 찾은 구 회장은 경영진과 AI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 연구개발(R&D) 방향, 계열사 간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미팅에서 LG는 고객 관점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AI 기술의 실행력을 더욱 높이고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구 회장은 “AI는 향후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하고 사업 구도에 커다란 파급력을 미칠 미래 게임체인저”라며 “지금까지 확보한 기술들이 계열사의 실질적 사업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레슨런(lesson learn)’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여가자”고 강조했다.
○미래사업 글로벌 ‘톱’ 수준 육성 의지
구 회장은 LG의 AI·바이오 사업을 점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유명 연구기관과 스타트업을 방문했다. 최신 산업 트렌드와 기술을 익히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산업계에선 “구 회장의 미래 경영이 더욱 치밀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보스턴에선 세계 최고 항암 연구시설인 다나파버 암센터와 바이오·제약 분야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시설인 랩센트럴을 잇달아 방문했다. 구 회장은 로리 글림처 다나파버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연구중심병원·제약사 간 협력 모델과 항암 연구의 새로운 동향을 살피고 의견을 나눴다. 이어 랩센트럴 창립자 중 한 명인 요하네스 프루에하우프 CEO를 만나 보스턴 바이오 창업 생태계와 글로벌 혁신 스타트업 육성 모델을 소개받았다.
토론토에서는 세계 4대 AI 석학 중 한 명인 제프리 힌턴이 설립한 벡터연구소를 찾아 AI 분야 최신 기술 동향을 살폈다.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로 평가받는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자나두도 구 회장의 방문지에 포함됐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이 산업 생태계를 살핀 것은 AI 바이오 등의 미래 사업을 글로벌 톱 수준으로 육성해 미래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행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