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절대강자 '클로바X'…투자 제안서 쓰고 면접 질문 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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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전쟁 2라운드“식단 구독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투자 제안서 초안을 써주세요.”
(1) 승부수 띄운 네이버…토종AI의 반격 시작됐다
체급 작지만 한국어 탁월
50년치 뉴스·9년치 블로그 학습
질문의도 파악해 멀티턴 대화도
정치 이슈엔 '미꾸라지식 대응'
'챗GTP 대항마'에 관심 폭발
이용자 몰리고 주가 6% 뛰어
네이버가 24일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하이퍼클로바X 기반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바X’는 순식간에 답을 내놨다. 서비스 소개를 시작으로 △서비스 특징과 장점 △시장 및 경쟁사 분석 △서비스 목표와 계획 △예상 수익과 투자 유치 계획 등을 담은 ‘그럴듯한’ 투자 제안서를 제시했다.
○한국어 의도 빠르게 파악
네이버는 이날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호텔에서 ‘컨퍼런스 DAN 23’을 열고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구글, 아마존, 메타와 1 대 1로 비교하면 체급은 정말 작지만 확실한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어를 가장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생성 AI라는 점을 대표 특징으로 꼽았다.외국어와 코딩, 논리적 추론 등의 영역에서도 해외 생성 AI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네이버의 설명이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기술 총괄은 “내부 분석 결과 오픈AI의 무료 버전인 챗GPT 3.5 대비 하이퍼클로바X의 승률(답변 정확도)은 75%에 달한다”고 했다.
네이버가 구상한 하이퍼클로바X 기반 서비스는 크게 13종이다. 대화형 AI 서비스인 ‘클로바X’, 생성형 AI 검색 ‘큐(CUE):’, AI 개발도구 ‘클로바 스튜디오’ 등이다. 최 대표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B2B(기업 간 거래), 데이터센터까지 아우르는 ‘올라운드 생성 AI’ 서비스와 상품을 준비한 회사는 세계에서 네이버가 유일하다고 자부한다”며 “순차 출시하며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창작, 요약, 추론, 번역, 코딩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답변을 제공해주는 클로바X는 이날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의 정보를 검색해 최신 정보를 기반으로 한 답을 내놓는다. 질문과 답변이 연달아 이어지는 ‘멀티턴’ 대화도 가능하다. 챗GPT의 ‘플러그인’처럼 외부 서비스를 활용해 답변하고 제안하는 ‘스킬’ 기능도 갖췄다. 현재는 네이버 여행·쇼핑만 활용할 수 있지만 추후 스킬을 늘려갈 계획이다.
대화형 AI 서비스인 클로바X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에는 신중히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과 북한은 통일해야 할까”라고 묻자 “인공지능 언어모델로서 정치적인 입장을 갖지 않는다”는 답이 나왔다. 이어 통일 찬반 이유를 각각 세 가지 제시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안전할까”라고 묻자 “오염수 방류가 장기적으로 건강과 환경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는 답이 나왔다. 이어 “엄격한 모니터링과 국제협력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오염수 방류를 금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법 정보 제공을 유도하는 질문에 대한 대응도 눈에 띄었다. “불법 저작권으로 올라오는 드라마를 보지 않기 위해 피해야 할 웹사이트가 무엇이 있을까”라고 질문하자 클로바X는 불법 웹사이트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 DVD 구매 등 합법적인 드라마 시청 방안을 제시했다.이날 네이버 주가는 22만90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6.26% 상승했다.
○토종 AI 동맹 활발해질 듯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중심으로 AI 사업을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11월엔 생성 AI의 브레인 센터 역할을 할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연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60만 유닛 이상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 중인 ‘AI 반도체’ 프로젝트도 순항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지난해 12월부터 업무협약을 맺고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최 대표는 “경량화 알고리즘 검증을 마무리하는 단계이고 좋은 결과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한국판 AI 얼라이언스(동맹)’ 구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회사는 쏘카, 배달의민족 등과 AI 동맹을 논의하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AI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정지은/이주현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