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국 브릭스…"G7 대항마 되긴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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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회원국 확대신흥경제5개국 협의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가 내년 1월 1일부터 11개국으로 외연을 확대한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로 주목받은 회원국 확대 문제에 대해 기존 5개 회원국이 합의를 도출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입김이 통했다는 평가다.
'세 확장' 원한 시진핑 입김 통해
사우디·UAE 등 중동 대거 합류
세계 GDP 36%·인구 46% 차지
美 "브릭스, 라이벌로 안 본다"
브릭스는 24일(현지시간) 채택한 제15차 정상회의 결과 문서인 ‘요하네스버그 Ⅱ 선언문’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 6개국을 브릭스 정회원으로 맞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원국 권한의 발효 시기는 내년 1월 1일이다. 신규 가입국 중 사우디아라비아는 회원국 자격 획득 우선순위로 분류된 바 있다. 이란 아르헨티나 등은 서방 제재 등으로 자신들에 불리하게 조성된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거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브릭스 회원국들은 전날 열린 정상회의에서 브릭스 외연 확대를 주요 의제로 정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브릭스의 경제적·정치적 외연 확장을 적극 추진했다. 주요 7개국(G7)에 필적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인도와 브라질 등은 브릭스가 ‘반(反)서방 동맹’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전날 “브릭스는 G7이나 G20의 대항마가 아니다”고 밝혔다. 회원국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협상이 길어졌다. 이날 정상들의 기자회견은 취소되고 합의문 서명도 지연됐다.
브릭스 확대가 서방 국가들이 주도하는 틀에서 벗어나 다극화된 글로벌 질서를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데 의견이 모이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기존 회원국이 모두 동의한다는 전제 아래 브릭스의 확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론 확장에 동의하지만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원국 간 합의가 도출되자 남아공은 브릭스 확장을 위한 원칙과 기준, 요건, 지침, 절차 등을 담은 문서를 마련해 정상들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릭스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이번 합의로 브릭스가 구매력 평가 기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6%, 세계 인구의 46%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회원국 확대는 브릭스 협력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브릭스 협력 메커니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브릭스 확장의 첫 단계에 합의했고, 추가 단계가 뒤따를 것”이라며 “각 외무장관이 브릭스 파트너 국가 모델과 잠재적인 파트너 국가 목록을 더욱 발전시켜 다음 정상회의에서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중국과 러시아가 브릭스를 서방과의 균형추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브릭스에 세계적인 영향력을 부여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브릭스는 매우 다양한 국가로 구성돼 있어 중요한 이슈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며 “브릭스가 미국의 지정학적 라이벌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