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미일 정상회의에 "아시아판 나토·러중포위환 흉책" 반발

강순남 국방상 담화…우크라 거론하며 "러와 단결 백배" 강조
주중 北대사 "대만 주인은 중국" 지지 천명
북한이 지난 18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합의에 대해 '아시아판 나토', '반(反)러·중 포위환' 계략이라고 반발하며 러시아·중국과 연대를 부각했다.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물로 3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공조를 천명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하나의 거대한 반로씨야(러시아), 반중국 포위환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흉책은 이번 쑥덕공론을 통해 그 진모가 다시 한번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미일 정상회의 후 북한 고위 당국자의 첫 실명 입장 표명이다.

강 국방상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아시아 지역의 하수인들까지 끌어들여 사그라져가는 대우크라이나 지원 분위기를 고취하고 저들의 정치적 패배를 만회"하려 한다고 강변한 뒤 한국과 일본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발 벗고 나서라는 미국의 요구를 덥석 받아 물었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주장을 펼쳤다. 북한은 이번 담화에서도 한국을 겹화살괄호를 붙여 '대한민국'이라고 지칭했다.

아울러 지난달 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른 북러 무기 거래설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강 국방상은 북러 무기 거래설의 진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에 각종 무기를 넘겨준 미국이야말로 "주권 국가들이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 수호를 위해 국방 안전 분야에서 진행하는 정상적인 협조에 대해 시비할 그 어떤 법적 권리도, 도덕적 명분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군사적 적대행위들을 추호도 용납하지 않고 압도적이며 선제적인 무력 대응을 결단코 실행해나갈 우리의 의지와 결심은 억척불변"이라며 공동의 원쑤(수)를 반대하는 정의의 싸움에서 로씨야와의 전투적 우의와 단결을 백배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 북한은 미국이 중국의 내정인 대만 문제에 개입하려 하는 것은 "사회주의 강국인 중국의 전략적 굴기"를 가로막으려는 '음험한 속심'이라며 중국 입장을 두둔했다.

북한이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관영 매체를 통해 공식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지난 22일 '조선반도에서의 핵전쟁 도발을 구체화·계획화·공식화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익명 논평에 이어 두 번째다. 고위 당국자의 실명 입장 표명은 처음이다.

강 국방상 담화에 이어 리룡남 중국 주재 북한 대사는 이날 조선중앙통신에서 "미국의 흉악무도한 반중국대결 책동으로 오늘날 대만해협의 군사 정치정세는 언제 터질지 모를 전쟁 발발의 임계점으로 거침없이 치닫고 있다"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전은 결코 외부의 불청객들이 아니라 마땅히 대만섬의 주인인 중화인민공화국에 의하여 수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대만 주변에서 군사연습을 진행하는 것은 "정정당당한 자위적인 군사적 행동조치"라고 힘을 실어주고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조국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중국의 모든 조치를 견결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미국은 대규모 대만 군사지원안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는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