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정보 추출하면서 참여권 미보장…대법 "증거능력 없다"

마약류 사범 재판서 '위법한 증거수집' 판단해 일부 무죄
휴대전화 등 전자정보 저장매체에서 정보를 추출하면서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면 해당 정보는 물론 이를 기초로 작성된 수사기관의 피의자신문조서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는 법리를 대법원이 재확인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마약·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과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27일 확정했다.

A씨는 2021∼2022년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을 총 5차례 수수하고 한 차례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경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A씨의 휴대전화에 담긴 전자정보(문자 기록)를 열람·추출하는 과정에서 A씨와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경찰은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별건 범죄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압수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는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증거능력이 없다.

1심은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면서 해당 전자정보를 기초로 작성된 검찰·경찰 피의자신문조서 등 2차 증거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의 법정 자백과 공범들의 증언을 근거로 혐의는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징역 1년과 벌금 1천만원, 추징·수강명령을 선고했다.

별도 사건을 병합해 진행된 2심은 증거 능력과 관련해 대체로 1심과 같이 판단하면서도 2021년 5월의 범행에 대해서는 무죄로 뒤집었다.

2심은 범행을 뒷받침하는 공범의 증언이 자신의 기억이 아닌 수사기관에서 제시받은 증거에 기초했다고 판단, 이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따른 진술이므로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유일하게 남은 증거가 A씨의 자백뿐이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유죄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나머지 범행은 유죄가 인정돼 징역 10개월과 벌금 1천500만원, 추징·수강 명령이 선고됐다.

검찰과 A씨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2심 재판부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