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위 대어' 하반기만 기다렸는데…美·中 악재가 '찬물'

'IPO 대어' 잇단 상장 절차 본격화

SGI서울보증·두산로보틱스 출격 예정
하반기 증시 회복 기대했는데…미·중 리스크
한국거래소./ 사진=한경DB
상반기 잘 나가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중 악재에 증시가 약세 구간으로 접어들면서 주식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IPO 대어급 주자들이 줄줄이 등판할 예정이지만, 8월 들어 다소 주춤해진 IPO 시장 내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조단위 IPO' 두산로보틱스는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현재 신고서 효력 발생을 기다리고 있다. 총 1620만주를 공모하며, 공모 희망 가격은 2만1000~2만6000원, 예상 시가총액은 1조3600억~1조6800억원이다. 예상대로라면 내달 11~15일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같은달 21~22일 이틀간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이같은 상장 절차를 완료한 뒤 오는 10~11월께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하겠단 계획이다. 또 다른 대어 서울보증보험도 최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한국거래소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올 9월 이후 증권신고서 제출 시점과 상장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다. 몸값은 최대 3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에코프로의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상장을 준비 중이다. 회사는 지난 4월 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규정상 심사 기간인 45영업일이 지났는데도 거래소로부터 아직 승인 통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몸값도 1조원을 웃돌 것이란 시각이 많다. 4조원에 달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경우 최근 상장 일정이 다소 지연됐지만 상장에 큰 무리 없다고 판단한다"며 "적정가치는 3조9000억원으로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올해 IPO 최대어로 전망되는 SK에코플랜트도 하반기 상장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기업가치는 최대 10조원까지도 거론된다. 대형 IPO로 평가되는 LG CNS도 올 하반기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 대어가 올 하반기를 노리는 까닭은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달하면서 공모 시장으로 자금이 몰릴 수 있단 기대감 때문이다. 상반기엔 증시가 뜻밖의 강세를 보이면서 당시 출격한 중소형 규모의 공모주가 잇단 흥행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높은 금리에 증시가 원하는 수준만큼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그만큼 대어급 주자들은 선뜻 공모 시장에 뛰어들진 못했다.

예상과 달리 금리 정점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서 증시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 중국 경기 부진,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의 악재에 주식시장이 상승 동력을 잃고 있다. 당분간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미국 경제 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긴축 경계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른 증시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 하반기 첫 조단위 대어로 나섰던 파두가 흥행에 실패한 점도 우려 요인이다. 당초 증권가에선 파두의 상장 성공 여부가 앞으로 나올 대어급 주자들의 상장 추진을 결정할 것으로 점쳤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파두 성공 여부에 따라 후속 대어급 종목의 IPO 추진 속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관망세를 보이던 대어급 기업의 IPO 청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이 가운데 작년 말부터 상장을 철회한 밀리의서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컬리, 오아시스, 케이뱅크 등의 상장 재추진 여부도 관심거리다. 몸집이 작은 업체들 중심으로 상장을 서두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밀리의서재는 최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아시스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도 검토 중이다.

한때 기업가치가 최대 8조원까지 언급됐던 라이온하트스튜디오와 '4조 평가가치' 컬리는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다. 이들 기업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때 상장하겠단 입장이다. 케이뱅크는 연초 신년사를 통해 '연내 상장 추진'을 공언했지만, 은행장 임기 만료, 성장성 둔화 등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상장은 어렵다는 평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