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건축의 최대 격전지' 뉴욕의 건축 역사 이야기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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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기억의 도시미국 뉴욕은 ‘건축의 도시’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크라이슬러 빌딩, 록펠러 센터, 센트럴파크, 하이 라인 공원 등 건축 명소가 빼곡하다. 고풍스러운 건물이 가득한 유럽 도시와 다른 현대 건축의 역사가 담긴 도시다.
이용민 지음/샘터사
340쪽|2만원
<뉴욕, 기억의 도시>는 그런 뉴욕을 들여다본다. 뉴욕의 주요 건축물들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설명한다. 책을 쓴 이용민 건축가는 “뉴욕은 현대 건축의 중심이며 실험실”이라고 말한다. 1800년대에 유럽에서 건너온 건축가들에게 뉴욕은 마음껏 자기 실력을 뽐낼 수 있는 백지나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뉴욕은 21세기에도 세계 각지에서 온 건축가들이 새로운 건축을 뽐내는 장소”라고 말한다. 약 400년 전 네덜란드 사람들의 정착촌으로 출발한 뉴욕 맨해튼은 ‘1811년 위원회 계획’을 통해 지금의 격자 구조를 갖추게 됐다. 처음엔 비판이 많았다. 기존 도시들의 불규칙한 거리 패턴에 비해 단조롭게 경직됐다는 평가를 들었다.
지금도 의견은 분분하지만 호평이 많다. 프리츠커상을 받았고, 서울 리움미술관 설계에 참여한 건축가 렘 콜하스는 “뉴욕의 그리드 패턴 도시계획이 꿈꾸지도 못한 자유를 창출했다”고 했다. 격자 구조 속에 건축가들은 새로운 건축물을 맨해튼에 채워갔다. 1931년 지어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당시 유행한 아르데코 건축의 걸작품으로 꼽힌다. 아르데코 건축은 단순한 직선으로 구성된 외형, 실용적인 공간 구성, 절제된 장식이 특징이다.
저자는 뉴욕을 거울삼아 한국의 건축을 생각한다. 구석구석 유명 건축가들의 건축물이 들어서고 있지만, 전반적인 건축 풍경은 여전히 단조롭고 황량하다.
뉴욕을 뉴욕답게 만드는 건 꼭 유명 건축물만이 아니다. 거리의 평범한 건물이 모여 뉴욕이란 도시의 인상을 결정짓는다. 예컨대 뉴욕의 건물은 보통 1층에 상점, 2층부터는 주거나 사무실로 이용된다. 건물 전체가 상점인 경우는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을 제외하고는 찾기 힘들다. 뉴욕이 ‘걷기 좋은 도시’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다. 다만 저자는 한국 건축의 문제라든가, 뉴욕의 건축에서 우리가 배울 점을 자세히 다루지는 않는다. 주요 건축물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인상과 생각을 간단히 덧붙일 뿐이다. 말랑말랑한 건축 책이 넘쳐나는 와중에 그런 책이 또 한 권 추가된 것 같아 아쉽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