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원론 산책] 세금·보조금·시장 조성으로 시장 실패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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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S12
(59) 외부효과 줄이는 법외부성(externality) 중에서도 부정적 외부성은 환경오염이나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아 긍정적 외부성에 비해 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또 시장 참여자가 생산과 소비 활동을 하면서 외부성을 자발적으로 고려해 시장 실패가 발생되지 않도록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외부성의 내부화’라고 부른다. 이번에는 부정적 외부성에 초점을 맞춰 외부성을 내부화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겠다.
외부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정부의 직접 통제가 있다. 생산 방식이나 상품 규격을 통제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생산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아예 배출되지 않게 한다거나, 특정 정화 장치의 사용을 의무화하거나, 소비 과정에서 환경과 건강에 해로운 물질이 배출되지 않도록 자동차 혹은 에어컨 같은 상품의 규격을 정하는 것이다. 긍정적 외부성을 늘리기 위해서는 국책 연구소를 만들어 기초과학 연구를 활성화(정부의 직접 생산)하거나 의무교육을 강제해 소비를 권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직접 통제 방식은 한번 시행하면 바꾸기 쉽지 않고, 비용이 적정 규모 이상으로 많이 들어 정부 실패 가능성을 키운다는 문제가 있다.다음으로 교정 조세와 보조금을 통해 외부성을 내부화할 수 있다. 영국 경제학자 아서 피구에 의해 고안됐으며, ‘피구세’ ‘피구보조금’으로 불리기도 한다. 조세와 보조금이 항상 외부성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기에 외부성을 해결하는 데 사용하는 조세와 보조금의 경우 ‘교정’이라는 표현을 굳이 앞에 붙인다.
교정 조세는 부정적 외부성을 야기하는 대상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생산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나오는 경우 사회적 한계비용이 사적 한계비용보다 커진다. 따라서 정부는 두 비용의 차이에 해당하는 금액을 생산자에게 세금으로 부과함으로써 사회적 한계비용과 사적 한계비용을 강제로 일치시킨다. 그러면 사회적으로 최적이 되는 생산량과 거래량을 달성할 수 있다. 소비과정에서 흡연 등과 같이 부정적 외부성을 야기하는 경우라면 사적 한계편익이 사회적 한계편익보다 크므로 이 두 편익의 차이만큼 세금을 부과해 실제 소비를 사회적 최적 수준으로 감소시킨다.
교정 보조금의 경우 긍적적 외부성을 낳는 대상에 지급해 상품의 거래량을 사회적 최적 수준으로 늘리는 기능을 한다.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금액은 생산의 경우 사적비용과 사회적 비용의 차이이고, 소비의 경우 사회적 편익과 사적 편익의 차이다. 사회적 한계비용과 사적 한계비용의 차이나 사회적 한계편익과 사적 한계편익의 차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면 교정 조세와 보조금을 통해 부정적 외부성을 제거하고 긍정적 외부성을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부성으로 인한 시장 실패를 이런 방식으로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오염배출권 제도는 부정적 외부성을 좀 더 잘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정부는 부정적 외부성을 발생시키지 않는 수준에서 오염 물질이 배출되도록 오염배출권을 발행해 판매한다. 오염배출권 거래가 일어나고 시장이 형성되면 가격이 정해진다. 오염배출권의 가격보다 낮은 비용으로 오염 물질을 정화시키는 것이 가능한 생산자는 오염배출권을 구매하지 않고 자체 정화를 한다. 그러나 정화 비용이 오염배출권의 가격보다 높은 기업은 오염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이 효과적이므로 이를 구매해 오염 물질을 방출하게 된다.
오염배출권 제도는 오염 물질을 방출하는 권리를 사고파는 행위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에 많은 오염 물질 중 이산화탄소에 대한 배출권인 탄소배출권 거래 정도만 시행 중이다. 생산 과정의 오염 물질 배출뿐 아니라 흡연 등과 같이 소비에서의 부정적 외부성을 야기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오염배출권 제도를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