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 사망자 유족에 1심 패소한 질병청…'항소' 입장 유지

질병청장 "항소 없이 수용시 다른 사례들 영향, 접종 정책 운영 어려워"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사람의 유가족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데 대해 항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1심 패소한) 이번 판결을 항소 없이 수용하면 단순히 한 사례 외에 560여건의 유사 피해 보상 신청 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피해보상 신청은 5년 내에 가능하므로 (항소 취하시) 더 많은 신청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1심 판결을 그대로 수용하면 백신 접종 기준을 포함한 예방접종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쳐 정책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며 "무엇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동절기 백신 접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지난 2021년 10월 34세였던 남성 A씨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맞고 이틀 만에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수일 후 사망했다. A씨 유가족은 질병청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피해 보상을 요구했으나, 질병청은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를 거쳐 접종과 사망의 인과 관계가 없다고 판단해 보상을 거부했다.

이에 A씨 측은 질병청을 상대로 '예방접종 피해보상 거부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1심에서 유가족이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만 사망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질병청이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질병청은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질병청은 제도 개선 자문위를 구성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사망 사례 등에 대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의학한림원을 통한 연구를 바탕으로 인과성 인정 질환과 관련성 의심 질환군을 계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에도 유사 사례가 있었다.

30대 남성 B씨가 2021년 4월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을 겪다 뇌내출혈 진단을 받아 B씨 가족이 질병청에 피해보상을 신청했으나 질병청은 질병과 백신 접종 간 인과관계를 인정되기 어렵다며 거부했다.

B씨는 질병청을 상대로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질병청은 이 사건에 항소했다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항소 조치가 부적절하다는 질타를 받고 항소를 취하한 바 있다.

질병청은 지난해 사례의 경우 질병과 접종의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이고, 이번 사례는 인과성이 없다고 판된된 경우라 다르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번 일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여러 소송마다 가진 성격이 있을텐데 일괄적으로 항소 취하 요구를 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소송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 복지위는 이날 회의에서 질병청이 1심 항소 취하를 검토할 것을 권고하는 문구를 명시한 주의·제도 개선 요구 조치를 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