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는 부자 스포츠?…골프처럼 남녀노소 즐기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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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선수·동호인 올해 1만명 돌파
국내 최초 신생 여자리그 유치
세계 여자선수권대회를 유치한 인물은 이호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이다. 취임 500일을 맞은 이 회장을 지난 24일 서울 방이동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서 만났다. 이 회장은 “세계 무대에서 위상을 떨치는 골프처럼 아이스하키도 큰 인기를 끌면서 대중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 회장은 국내 아이스하키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2020년 2434명이던 협회 등록 선수가 지난해 3684명까지 늘었다. ‘평창 붐’으로 이어진 국내 초등부 아이스하키팀은 2020년 90개에서 지난해 100개를 돌파했다. 이 회장은 “대회 출전 선수만 신청하다 보니 협회 등록 인원은 실제 아이스하키 인구 증가세를 다 담지 못한다”며 “등록 인원 3000여 명에 유소년 클럽 선수, 동호인 등을 다 합하면 국내 아이스하키 인구는 올해 약 1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스하키 인기는 피부로도 체감된다. 이른바 ‘맘카페’ 등에선 방과 후 활동으로 동네에 있는 아이스하키 클럽에 대한 문의, 아이스하키팀을 찾는 부모들의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회장은 “초창기 골프처럼 ‘비싼 운동’이라는 아이스하키에 대한 인식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며 “실제로 초등학생은 월 30만원이면 아이스하키를 시작할 수 있다. 장비 등도 클럽에서 대여해주는 곳이 많아 비용 부담이 생각보다 적다”고 강조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자신이 내세운 공약을 지켜가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대한체육회가 지원하고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후원하는 캠페인 프로그램 연계 ‘하키투게더’를 열었고, 같은 해 8월에는 국내 최초 신생 여자 아이스하키 리그 ‘한돈배 더 드림 리그’ 유치에 성공했다.업계에선 이 회장의 가장 큰 업적으로 유럽 국가들이 주류인 IIHF에서도 스포츠 외교를 통해 한국의 입지를 다졌다는 점을 꼽는다. 그동안 한국은 국제 아이스하키계에서 ‘변방’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세계여자선수권대회 유치에 이어 최근에는 이 회장의 총회 참석을 협회에서 먼저 강력히 요청하는 등 달라진 지위를 실감하고 있다. 내년 1월 강원도에서 개막하는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에도 IIHF 임원이 이례적으로 대거 방한키로 했다. 이 회장은 “중국 위주로 돌아가던 아시아의 아이스하키 산업이 IIHF의 중국 견제 때문에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한국에는 영향력을 넓힐 기회다. 앞으로 많은 국제 대회를 한국에서 유치하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숙제도 많다. 남녀 1개(남자 HL안양, 여자 수원시청)씩만 있는 실업팀을 늘리고, 아이스하키 전용 구장도 설립해야 한다. 이 회장은 “아이스하키는 역동적인 이미지를 널리 전할 수 있다”며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아이스하키 매력을 알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