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애한테 막말"…학교 수업 실시간 도청한 학부모들

자녀안심 어플로 학교수업 수시로 '도청'
선생님들 '속수무책'

도청·녹음 피해사례 접수 쏟아져
"정보통신관련 위법 소지 크다"
파인드마이키즈 어플 기능 설명./사진=구글플레이 캡처
최근 한 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이 휴대폰 어플을 이용해 학급의 수업은 물론, 교사의 모든 발언들을 실시간으로 청취해왔다는 사례가 알려졌다. 긴급 조사에서 유사한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어 교육 현장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2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위 사례를 바탕으로 ‘학교 현장 ‘녹음, 실시간 청취’ 어플 교사 피해 사례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사 시작 3시간 만에 50건이 넘는 제보가 접수됐다.한 초등 교사는 학부모가 자신의 자녀에게 막말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학교 1층에서 듣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추후에 자녀가 수업 중 교사의 발언을 녹음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파인드마이키즈(Find my kids)’ 어플을 사용한 도청이 빈번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자녀 안심’ 어플로 1000만회 이상 다운로드되며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해당 어플은 자녀의 위치와 탑승한 차의 시속 등을 추적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기능은 ‘주변소리 듣기’다. 학부모는 아무때나 소리 없이 자녀의 핸드폰을 통해 주변 소리를 청취할 수 있다. 유료 결제가 필요한 기능이지만, 사용 만족도가 높다는 리뷰를 쉽게 볼 수 있다.실제로 어플을 다운받는 아이폰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에는 학교 수업을 도청한 정황이 담긴 리뷰가 다수 올라와 있다. 한 이용자는 “가끔 수업시간이나 학원에서 뭘 하고 있는지 듣고 있다”고 썼다. 다른 이용자는 “혹시 모를 학대 정황을 포착하려고”라고 이용 사유를 설명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해당 어플을 사용한 도청이 통신보호비밀법에 위반할 소지가 크다고 보고 조사를 이어나가고 있다”며 “선생님들의 입장에서는 핸드폰 전원을 끄라고 당부하는 것 외에 학생들의 도청을 감지할 방법이 전무하다”고 설명했다.
앱스토어 내 파인드마이키즈 어플 페이지에 '주변소리 듣기' 기능을 통해 학교 수업을 청취한다는 내용의 리뷰가 올라와 있다./사진=앱스토어 캡처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 내 파인드마이키즈 어플 페이지에 자녀의 학교 생활이 궁금해 어플을 다운받았다는 내용의 리뷰가 올라와 있다./사진=구글플레이 캡처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