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사랑 보여준 '리틀 버핏' 빌 애크먼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알파벳 주식 추가 매수해 비중 늘려
로우스·치폴레 등 소비주는 매각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빌 애크먼(사진)은 2분기에도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에 대한 투자를 이어갔다. 월가에서 인공지능(AI) 수혜주 찾기가 한창인 가운데 애크먼은 구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애크먼이 이끄는 헤지펀드 퍼싱스퀘어캐피털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말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이 회사는 2분기에 알파벳 지분 약 1억5800만달러(약 2093억5000만원)어치를 매입했다.

퍼싱스퀘어캐피털은 보통주인 ‘알파벳 클래스A’ 지분은 기존과 같이 유지하고, 우선주인 ‘알파벳 클래스C’를 130만주 담았다. 이로써 구글이 퍼싱스퀘어의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 늘어 13%에 육박해졌다.애크먼은 AI 투자 열기 속에서 견고한 성장세를 보인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인 알파벳에 주목하고 있다. 퍼싱스퀘어캐피탈은 지난 1분기에도 알파벳 클래스A와 알파벳 클래스C를 각각 220만 주, 810만 주 매입한 바 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연초부터 지금까지 주가가 약 45% 상승했다. 알파벳은 지난달 25일 예상을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장마감 후 주가가 6% 뛰기도 했다. 알파벳의 2분기 매출은 7%, 순이익은 15% 증가했다.
출처=웨일위즈덤
알파벳은 클라우드 매출이 두 자릿수로 급증하고 있는 데다 구글과 유튜브 광고 수익도 꾸준히 늘고 있다. 알파벳의 AI 조직인 '딥마인드'(DeepMind)는 사람처럼 묻고 답하는 생성형 AI를 '개인 생활 코치'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크먼은 또한 2분기 부동산 개발업체 하워드 휴즈 주식을 58만 주(약 4622만달러) 추가 매입했다.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0.43% 줄었다. 글로벌 호텔 체인인 힐튼월드와이드 주식도 3만 주(약 492만달러) 더 사들였지만,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0.26% 줄었다.

반면 애크먼은 주택 리모델링 용품 업체 로우스의 지분을 5억9043만달러 어치 매각했다. 이로써 퍼싱스퀘어의 로우스 지분은 1004만 주에서 747만 주로 줄었으며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 감소한 15.58%로 집계됐다.

애크먼은 최대 보유 종목인 치폴레의 지분도 1억6155만달러 어치 매각했다. 보유 지분은 103만주에서 95만주로 줄었다. 레스토랑 브랜드 인터내셔널의 지분도 6558만달러 어치 팔았다.퍼싱스퀘어가 보유하던 캐나다퍼시픽철도는 캔자스시티 서던과의 합병으로 캐나다퍼시픽캔자스시티로 변경됐다. 지분 가치는 약 12억달러 규모다.
출처=웨일위즈덤
웨일위즈덤에 따르면 퍼싱스퀘어가 관리하는 증권 규모는 2분기말 기준 약 108억달러(약 14조 3154억원) 규모다. 퍼싱스퀘어가 2분기 알파벳 지분을 늘리긴 했지만 포트폴리오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식은 치폴레, 브랜드 인터내셔널, 로우스 등 모두 소비자 관련주다.

애크먼은 2015년 헤지펀드 매니저로 업계에 발을 들인 뒤 행동주의 투자자로 이름을 알렸다. 특정 기업 지분을 공격적으로 확보해 의결권을 확보한 뒤 경영방식을 뿌리째 바꾸고 손실을 줄여 재매각하는 방식이다. 포브스는 이런 애크먼을 ‘리틀 버핏’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애크먼은 세계 최고의 투자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이달 초엔 “미국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2%가 아닌 3%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며 30년물 미국 국채에 숏 베팅하고 있다고 밝히며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애크먼의 선택이 항상 옳았던 건 아니다. 애크먼은 지난해 넷플릭스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기도 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애크먼의 순자산은 36억달러(약 4조7736만원)에 달한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