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메달 기대주 ⑥ 배드민턴 안세영

5년 만에 고교 유망주에서 세계랭킹 1위로 급성장
방수현 이후 29년 만의 여자 단식 금메달 '청신호'
강산이 변하려면 10년이 필요하다지만 안세영(21)은 5년이면 충분했다. 9월 항저우행 비행기에 오르는 안세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32강에서 탈락했던 그 안세영이 아니다.

5년 전의 안세영은 태극마크를 단 지 1년도 안 된 고등학교 1학년 유망주 신분이었다.

안세영은 2017년 12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성인 실업 선수들을 제치고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학생이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된 것은 이용대 이후 처음 나온 사례였다.

그렇게 '배드민턴 천재 소녀'로 주목받으며 아시안게임 엔트리에까지 들었으나 그 결과는 1회전 탈락이었다.

당시 한국 배드민턴이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40년 만의 노메달 수모를 당했던 터라 분위기는 더욱 좋지 못했다.
안세영은 묵묵히 기량을 갈고닦았다.

2019년은 안세영이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현재의 실력자로 자리매김한 해였다.

5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뉴질랜드 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안세영은 1년 동안 5개 국제대회 정상에 올랐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카롤리나 마린(스페인), 2019 세계선수권 챔피언 푸살라 신두(인도), 전 세계랭킹 1위 타이쯔잉(대만) 등 정상급 선수들이 안세영의 패기에 쓰러졌다.

11월 코리아마스터스에서는 자신의 롤 모델인 성지현을 제압하고 '여자 단식 간판' 수식어를 물려받았다.

세계랭킹을 99위에서 9위로 끌어올린 안세영은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BWF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안세영이 톱 랭커로 도약할 수 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천적'의 등장 덕분이다.

바로 중국의 천위페이다.

천위페이는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32강전에서 안세영의 무릎을 꿇린 당사자로 3년 뒤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안세영을 또 한 번 울렸다.

아시안게임에서 고배를 마신 뒤 하루도 안 쉬고 올림픽을 준비했다는 안세영은 8강전에서 천위페이를 만나 0-2(18-21 19-21)로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안세영의 눈물은 오래가지 않았다.

코트 안에서 그렇듯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꼬박 1년 뒤인 2022년 7월 안세영은 말레이시아 마스터스 결승에서 마침내 천위페이를 꺾었다.

첫 패배를 시작으로 4년 동안 7연패를 당한 끝에 따낸 귀중한 승리였다.
"이제 한 번도 못 이긴 선수는 없다"는 자신감과 여유가 생긴 안세영은 거칠 것 없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안세영은 올해 참가한 11개 국제대회에서 우승 7차례, 준우승 3차례, 동메달 1차례를 달성하는 등 기량을 활짝 꽃피웠다.

3월 배드민턴 최고 권위 대회인 전영오픈에서는 1996년 방수현 이후 27년 만의 여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8월 들어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리까지 올라섰다.

한국 선수가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른 것도 1996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이후 27년 만이다.
이제 안세영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다.

안세영과 4강 구도를 이루는 야마구치(일본), 천위페이, 타이쯔잉과 격차를 벌릴 기회이기도 하다.

상대 전적은 야마구치와 8승 12패, 천위페이와 5승 10패, 타이쯔잉과 8승 2패다.

관건은 안세영이 약점인 공격력을 얼마나 보완하느냐다.

안세영의 장점은 체력과 유연성에 기반한 넓은 코트 커버 범위다.

여기에 날카로운 공격력까지 더해진다면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해져 스타일이 서로 다른 3명의 경쟁자를 각개 격파할 수 있게 된다.

성지현 대표팀 여자단식 코치는 "스매싱의 파워보다는 정교함과 스피드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안세영은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아직도 많은 선수다. 성장 단계를 차근차근, 확실히 밟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