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로 변신한 박양우 전 문체부장관 "진짜 예수쟁이 되고 싶다"

폭탄주 30∼40잔 거뜬한 주당이었지만 "술이 영혼 파괴…끊었다"
"성경대로 살지 않고 말과 행동 불일치"…교회 위기에 쓴소리
"저는 목사이기 전에 진실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중략) 교회의 용어로 따진다면 진짜 예수쟁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목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난 23일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만나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묻자 그는 주저 없이 이렇게 답했다.

박 전 장관은 최근 기독교 신자가 감소하는 것에 대해 "성경대로 살지 못하는 기독교인이 많고 교회 지도자의 말과 행동이 불일치하는 경우도 너무 많았다"고 진단하고서 "남을 탓하기 전에 우선 나 혼자라도 진실한 진짜 예수쟁이가 한번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장관은 유교적 집안에서 성장했지만, 대학교 3학년 때 후배의 권유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공무원과 목사를 놓고 고민하기도 했다.

그는 '네가 아니라도 목사가 될 사람이 많다'는 담임 목사의 충고에 공직을 선택했다고 회고했다.

관료로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유학을 다녀오면서 신앙생활은 시나브로 느슨해졌다.문체부 차관을 지낸 후 2008년 공직에서 일단 은퇴하고 중앙대 교수로 활동하던 중 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2015년에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 입학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무렵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로 임명돼 학업을 보류했다가 2018년에 비로소 공부를 시작했다.

2019년 2월 문체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학업을 중단했고 2년의 공백기를 거친 뒤 복학했다.올해 1월 목회학 석사 과정을 마쳤고 4월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
박 전 장관은 교회를 개척하거나 담임 목사를 맡으려는 생각은 없으며 성경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한 설교가 역점을 두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세태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

박 전 장관은 "복음은 세상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세상에 영합하는 설교들이 많다"며 교회가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설교를 꼽았다.

폭탄주 30∼40잔 정도는 거뜬하게 마셨고 한때 문체부에서 가장 술을 잘 마시는 인물 중 하나로 꼽혔던 그는 신학교에 다니면서 술을 끊었다.

"저는 술이 구원 문제에서 직접적인 것이라고 보지는 않아요.그렇지만 술은 우리 영혼을 파괴하는 데 가장 직접적이고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봅니다."
박 전 장관은 "술은 계속 술을 부른다. 술 앞에 장사 없다"며 "술을 율법적으로 금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사회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피력했다.
학교 현장의 교권 붕괴나 길거리에서 이어진 무차별 살상 등 최근 시민들을 힘들게 하는 일련의 상황에 위로가 될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더니 성경 한 구절을 읊었다.

"또 무리에게 이르시되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누가복음 9장 23절)
그는 자기를 부인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죽인다'는 의미라면서 "죽는 사람 입장에서는 타인과 비교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남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으며 타인에게 분노할 이유가 없다"며 "자기를 부인하는 훈련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자신의 내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주변 환경과 비교를 하다 보니까 늘 불만족스럽다"며 "우선은 목사인 내가 나를 부인하는 것을 해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동참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섬기는 마음'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섬긴다는 것은 내가 종으로서, 노예로서 섬긴다는 것이다.종은 내 것이라는 게 없다.내가 더 가지려 하고 비교하니 부족하다고 느끼고 불만스럽고 울분이 솟는 것"이라며 섬기는 마음이 결국 자기를 부인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에서 평신도로서 신앙생활을 했던 박 전 장관이 목사로서 택한 곳은 신자 수가 10가구 정도에 불과한 서울 마포구의 더처치교회다.

협력 목사라는 이름으로 설교하고, 부르는 곳이 있으면 달려가 복음을 전한다.

사례비는 받지 않는다.

박 장관은 생을 마치는 날까지 설교자로서의 봉사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강조했다."목사 한 사람, 또는 교회 하나가 사회 전체를 바꿀 수는 없다고 봐요. 자기 주변에 있는 몇몇 사람들이라도 변화시키는 것이 이어지면 사회는 지금보다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