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모신 큰 언니에 유산 물려줬더니…막내가 글쎄 [김상훈의 상속비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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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씨와 B씨 사이에는 세 딸 C, D, E가 있었습니다. A는 1998년경 둘째 딸(D)이 결혼할 당시 시가 3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증여해줬습니다. 2002년경 셋째 딸(E)이 결혼할 때에는 전세보증금 3억원을 증여해주었습니다.

반면에 장녀인 C는 결혼도 하지 않고 미혼으로 남게 됐습니다. 장녀는 A와 B를 모시고 살면서 부양을 했습니다. 특히 A가 신부전증으로 고생할 때 신장이식을 해주기도 했고, A가 사망하기 전 5년 동안은 병간호를 도맡아 했습니다. A는 장녀가 너무 고맙기도 하고 그동안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해서 A는 2022년 3월께 자신이 살고 있던 아파트를 C에게 준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습니다. 어머니 B는 2017년에 사망했고, 아버지 A는 2023년 1월에 사망했습니다. A가 사망 당시 둘째D에게 증여한 아파트는 17억원, C에게 유증한 아파트는 23억원 상당이었습니다. 한편 E에게 증여한 3억원은 물가상승율을 고려하여 화폐가치를 계산했을 때 약 5억원이었습니다. 그러자 막내인 E는 자기만 다른 형제들보다 적은 재산을 증여받았다고 생각하여 C와 D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하였습니다. 이 때 C와 D는 E에게 유류분반환을 해주어야 할까요?
일단 막내딸인 E의 유류분부족액이 얼마인지 계산을 해보아야 합니다.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의 가액은 상속개시시 시가로 환산을 해서 계산을 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 기초재산은 총 45억원이 됩니다(17억+23억+5억). 여기에다가 법정상속분 1/3을 곱하고 다시 유류분비율 1/2을 곱하면 결국 E의 유류분액은 7억5000만원이 나옵니다. 그런데 E는 이미 A로부터 5억원의 특별수익을 얻었습니다. 이 금액을 공제하면 유류분부족액은 2억5000만원이 됩니다.

다음으로는 E의 부족한 유류분 2억5000만원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가 문제됩니다. C와 D가 특별수익을 얻은 비율로 안분해서 E에게 반환을 해주면 될 것 같지만, 민법의 규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민법은, 증여와 유증이 혼재되어 있을 경우 먼저 유증으로부터 반환을 받은 다음에 그러고도 부족분이 있을 경우 증여로부터 반환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1116조). 이에 따르면 증여를 받은 D는 E에게 반환을 해줄 필요가 없고, 유증을 받은 C만 E에게 2억5000만원을 반환해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C가 너무 억울하겠지요. C입장에서는, 자식들 중에 오직 C만이 결혼도 안하고 부모를 모시고 살았으며 게다가 A에게 신장이식도 해주고 오랫동안 병간호를 도맡아 한 것을 유류분에서도 고려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A가 C에게 한 유증은 C의 특별한 부양에 대한 대가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피상속인으로부터 생전 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고, 피상속인의 생전 증여에 상속인의 위와 같은 특별한 부양 내지 기여에 대한 대가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서, 상속인이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취급한다면 오히려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인 형평을 해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는,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 및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서 제외할 수 있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다230083, 230090 판결).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른다면, 이 사건에서도 C가 A로부터 유증받은 것은 특별수익이라고 보지 않고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서 제외할 수도 있습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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