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뒤덮은 반일감정…"일본어로 크게 말하면 봉변 당할 수도"

日 여행 취소하는 중국인들
화장품 등 일제 불매운동도
주중 日대사관 "일본어로 크게 말하지 말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반대하는 홍콩 어민이 22일 홍콩 일본 영사관 앞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사진에 물을 붓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 여파로 중국에서 '반일 감정'이 끓어오르는 분위기다. 중국인들의 일본 여행 취소 등 불매 운동은 물론, 중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이 신변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중국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내 반일 감정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인들의 일본 단체 여향 예약 취소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유력 여행 플랫폼 홈페이지에선 일본 여행 홍보 메뉴가 하단으로 내려오는 모습도 포착됐다.특히 국경절(10월 1일) 연휴 기간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예약 취소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 여행사들 사이에서는 일본 상품 판매 전략을 조정하거나 아예 일본 여행 관련 마케팅을 중단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며칠간 일본 단체여행 취소를 잇따라 접수했다"며 "당초 국경절 연휴 기간 일본에 갈 계획이었던 일부 고객은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로 돌아서 곧장 주문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19일 촬영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진=연합뉴스
일본 화장품, 생활용품 등에 대한 불매 움직임도 포착된다. 중국 네티즌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국에서 널리 쓰이는 일본 제품을 정리한 리스트를 공유하며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웨이보에는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없다면 일본 제품 사용을 금지하겠다", "오늘부터 일본 제품은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 등의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반일 감정이 고조되면서 중국 내 일본인들의 신변까지 보장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주중 일본대사관은 지난 25일 중국 내 자국민들에게 "만일의 사태를 배제할 수 없으니 각별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또 "외출할 때는 가급적 언행을 삼가고, 불필요하게 큰 소리로 일본어로 말하지 말라"는 행동 수칙도 제시했다.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도 높게 비판해온 중국은 방류가 시작된 지난 24일부터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웨이보에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세계적인 재앙", "일본이 바다에 폭탄을 투하했다" 등의 비난이 줄을 잇고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