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겟', 어디선가 본 듯한 스토리…신혜선 연기는 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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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스캔들' 박희곤 감독 신작이미 사용했거나 오래됨.
전형적인 스토킹 범죄물 답습
신혜선 '미세한 감정연기' 돋보여
‘중고(中古)’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타겟’은 중고라는 말을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다. 요즘 너나 할 것 없이 활용하는 ‘중고 거래’를 소재로 다뤘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릴러 영화에서 수도 없이 본 것 같은 뻔한 전개 방식을 갖고 온 탓에 ‘이미 사용한’ 느낌이 난다는 이유가 더 크다.영화는 주인공 수현(신혜선 분)이 우연히 살인자와 중고 거래를 하며 범죄의 표적이 되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다. 고장 난 중고 매물을 받은 수현은 범인이 사기꾼이란 사실을 인터넷에 퍼뜨리지만, 도리어 범인은 수현의 개인정보를 빼내며 숨통을 조여온다. ‘인사동 스캔들’(2009) ‘퍼펙트 게임’(2011) ‘명당’(2018) 등을 연출한 박희곤 감독이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작품은 ‘현실 밀착형 스릴러’를 표방한다. 박 감독은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2020년 언론에서 보도한 ‘중고나라 사기꾼 그놈’ 실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놈’ 일당은 6년간 중고 거래 사기로 약 50억원을 가로채고, 피해 사실을 신고한 당사자들에게 보복성 2차 가해를 저지르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누구나 중고 거래를 하는 세상이 된 점을 반영해 특이하지 않은 평범한 인물들로 채웠다. 수현은 직장에선 상사한테 시달리고, 집에선 고장 난 세탁기와 씨름하는 보통의 직장인이다. 친구 달자(이주영 분)와 주 형사(김성균 분)도 현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캐릭터다.줄거리는 전형적인 스토킹 범죄물의 클리셰를 답습한다. 주인공을 코너에 몰아넣기 위한 낯익은 장치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수현은 범인의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다가 더 큰 위험에 빠진다. 자기 집에서 몸을 피하자는 친구의 제안도 뿌리친다. 범인은 정보력부터 몸싸움까지 초인적인 능력을 갖췄지만, 경찰은 각종 절차에 가로막힌 채 무기력하게 묘사된다.
중후반 전개도 평범하다. 수현은 범인의 집요한 괴롭힘에 좌절하지만, 특정 사건을 계기로 마음을 바로잡고 반격에 나선다. 유력한 용의자는 세 명 정도여서 적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마저도 중간에 대부분 풀린다. 그래서 범인의 정체는 관객들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뻔한 이야기에 특별함을 더한 건 신혜선의 연기다. 무색무취에 가까운 30대 직장인을 연기했지만 지루하지 않게 101분을 끌고 나간다. 문자 메시지를 통한 협박부터 배달 폭탄, 가족관계 정보 유출, 주거 침입까지 서서히 높아지는 협박 수위마다 미세하게 다른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신혜선의 연기 스펙트럼이 간단치 않다는 걸 보여준다. 첫 스릴러를 소화한 신혜선은 “앞으로 SF나 공포 등 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하지만 ‘중고 거래의 특수성을 더 강조할 수 있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범인이 굳이 중고 거래를 범행 수단으로 활용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고미술품 무단 복제와 불법 경매 실태를 깊이 있게 파헤친 감독의 전작 ‘인사동 스캔들’의 디테일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