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의 경계' DMZ에서 예술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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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 체크포인트' 전시DMZ(비무장지대)는 수많은 모순을 품고 있는 장소다. 국경이 아니면서도 실질적인 국경 역할을 하고, 완전무장한 병력이 오가는 ‘죽음의 땅’이면서도 멸종위기 동식물들이 번성하는 ‘생명의 땅’이며, 건너편을 육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지만 감히 아무도 건너갈 수 없는 곳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모순은 예술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주제. 백남준과 이불, 영국의 조각가 앤터니 곰리 등 국내외 거장들이 DMZ를 주제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8월 31일부터 파주에서 개막
작가 27명의 작품 60점 선보여
"신분증 꼭 챙겨가세요"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이 2012년부터 열고 있는 ‘리얼 디엠지(DMZ) 프로젝트’는 이런 작품들을 모은 전시이자 미술 운동이다. 올해 ‘DMZ 전시 : 체크포인트’개막(8월 31일)을 1주일 앞둔 지난 24일 전시 장소인 파주 도라전망대, 미군기지로 쓰였던 캠프그리브스, 임진각 평화누리를 찾았다. DMZ 인근 천혜의 자연과 각종 군사시설, 멀리 보이는 북한 땅을 배경으로 국내외 작가 27명의 작품 60점을 만날 수 있는 장소들이다.도라전망대에서는 북한 개성공단까지 보이는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정소영의 ‘환상통’, 토모코 요네다의 ‘마을-남한과 북한 사이의 서부전선 전경’, 이끼바위쿠르르의 ‘덩굴: 경계와 흔적’, 박보마의 ‘초록의 실제’ 등을 만날 수 있다. 모두 도라전망대와 DMZ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김선정 감독은 “리얼 DMZ 프로젝트는 DMZ의 장소성과 역사, 분단의 의미를 예술적 시각으로 환기하는 전시”라며 “올해는 젊은 작가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분단과 남북 대립을 소재로 한 작품보다는 자연 등을 소재로 한 추상적인 작품들이 많다”고 설명했다.캠프그리브스는 70년 전 미군2사단 506연대가 주둔했던 기지다. 미군들이 사용했던 거대한 체육관과 막사, 화장실까지 모두 전시공간이 됐다. 체육관에서 만날 수 있는 서용선의 대형 회화, 이재석이 텐트를 그린 작품, 함경아의 설치작업 등을 만날 수 있다. 수십년 전 이역만리 동양의 작은 나라를 지키러 온 푸른 눈의 젊은 병사들. 그들이 울고 웃으며 땀흘렸던 곳에 내걸린 거대한 작품들은 시내 어느 미술관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느낌을 선사한다. 마지막 전시장소인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서는 김홍석의 텐트천 조각 ‘불완전한 질서 개발-회색 만남’ 등을 만날 수 있다.전시 장소는 서울에서 멀고 관람하려면 검문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미술관 안에 갇힌 작품이 아닌, 현실을 다룬 예술을 현실 속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가는 방법은 세 가지. 첫 번째는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도라전망대-캠프그리브스-평화누리를 도는 코스다. 전시 기간 매일 2시 40분 버스가 출발하며 온라인 사전 신청이 필요하다. 전시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이고,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서용선 개인전과 미술계의 호평이 자자한 ‘오프사이트’(입장료 별도) 전시를 함께 관람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날마다 정원이 정해져 있다.
두 번째는 케이블카인 ‘평화 곤돌라’를 타고 캠프그리브스에 설치된 작품들을 가이드와 함께 관람하는 것. 도라전망대와 평화누리는 함께 관람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매일 2시 40분 출발하는 순환형 버스 'DMZ 평화관광 버스투어'를 현장 신청(선착순)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가장 중요한 건 신분증이다. 신분증이 없으면 민통선에 입장할 수 없으니 입구에 덩그러니 남겨지고 싶지 않다면 반드시 챙겨야 한다.전시는 오는 9월 KIAF-프리즈를 계기로 방한하는 해외 미술 관계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단체관람도 이미 수 차례 예약돼 있는 상태다. 전시는 오는 31일부터 9월 23일까지 열린다.
파주=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