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공연 에티켓은 몇 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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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황수미의 노래의 날개 위에말러 교향곡 4번. 2악장이 마치고 소프라노 솔리스트가 조용히 무대로 들어와 의자에 앉는다. 그 모습이 신기한건지 정말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있는지 관객석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느리고 조용한 3악장이 연주되기 전 지휘자의 지휘봉이 두 번이나 내려갔다 다시 올라간다. 다행히 평온하고 아름다운 3악장이 이어지고 흐트러졌던 공기가 다시 잠잠해진다.
트럼펫과 호른의 연주로 천국 문이 활짝 열리고 마침내 4악장에선 이 세상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천국의 삶‘을 소프라노의 음성으로 연주된다. 지상의 어떤 음악과도 비교할 수 없는 신비롭고 복된 음악이 들려온다는 가사와 함께 더블베이스의 여음으로 교향곡은 마무리되고 각자가 생각하는 천국의 모습을 그리는 듯 모두가 미소를 머금은 채 음악의 여운을 놓지 못하고 있는 그 순간, 마치 당장 꿈에서 깨라는 듯 메신저 수신음이 울린다. 정말 기가 막힌다. 그 타이밍과 경박스러운 알림음이. 얼마 전 롯데 콘서트홀에서 가진 클래식 레볼루션 - 한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연주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날 연주는 무사히 마쳤지만 연주가 끝나기 무섭게 동시에 나오는 '안다 박수' 만큼이나 찬물을 끼얹는 “카톡!“ 소리는 너무나 씁쓸했다.
이러한 에티켓의 부재는 순식간에 합창석까지 매진되고 암표까지 등장하는 스타 연주자의 연주장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3000석 가까이 되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이 가득 찼지만 행여나 숨소리라도 들릴까 긴장하며 연주를 듣는 가운데 어디선가 전화벨이 울린다. 휴대전화를 급하게 끄기는커녕 "어, 나 지금 연주회 왔어." 통화를 한다. 정작 당사자는 당당하고 주위 사람들만 민망한 듯 고개를 떨군다.
그 분은 정말 연주회장을 온 것일까? 그 분에게 이 연주회는 어떤 의미일까? 가끔 지방 공연을 가면 악장과 악장 사이 박수를 치거나 성악 리사이틀의 경우 한 곡이 끝날때마다 박수를 받는 경우가 있다. 연주자로서 관객으로부터 받는 박수는 감사하지만 악장과 악장 사이 또는 연가곡과 같이 스토리가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연주할 때는 곡마다 박수를 받게 되면 음악의 흐름이 끊겨 집중력이 흐트러지게 된다.
대부분의 공연장은 휴대전화 벨소리 끄기, 옆 사람과 대화는 자제하기, 전체 한 프로그램이 마친 후 박수 치기 등 기본적인 공연 에티켓에 관해 안내 멘트를 공연 시작 전 방송을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아쉬울 때가 많다.
한국 클래식 음악이 인정받고 사랑받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럽보다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젊은 관객층이 많다는 점은 앞으로 한국의 클래식 음악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사인으로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클래식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의 기본적인 문화 에티켓 수준도 함께 성장하기를 바라본다. 클래식 음악은 대중음악과 달리 호흡이 긴 집중력을 요구하는 공연이니만큼 미리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읽어보신다면 보다 이해가 쉽고 편하게 공연에 집중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본인이 너무 잘 아는 곡이라고 해도 마지막 소리가 공연장을 울리고 있는 여운을 즐겨주시기 바란다. 음은 사라졌어도 귀와 가슴을 울리고 있는 그 순간마저 음악의 일부라는 것을 안다면 그 음악을 더 깊게 알고 있는 '고수'라고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