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 바다와 별…소재는 더없이 흔한데, 왜 신비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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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6
갤러리바톤
이재석 '극단적으로…'展
경험 속에서 나온 '흔한 사물'들
독특하게 배치한 초현실적 작품
게임 아이템 만들듯 작업하고
효율 중시하는 '요즘 세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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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 소재를 예쁘게 그렸으니 ‘평범하게 잘 그린 그림’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완성된 그림은 더없이 낯설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그의 작품에서 르네 마그리트나 조르조 데 키리코 등 초현실주의 작가를 떠올리는 이가 많은 이유다. 관람객들은 한참을 멈춰 서서 그 비현실적인 풍경을 바라보며 궁금해하게 된다.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열리고 있는 이 작가의 개인전은 그의 대형 작품 10여 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다. 전시 제목은 ‘극단적으로 복잡하나 매우 우아하게 설계된’. 이 작가는 “전시 제목은 이 세상을 구성하는 구조와 질서를 뜻한다”며 “복잡하고 거대한 세상도 평범한 사물들의 상호작용이 모여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작품을 통해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작품 속에는 작가가 군생활을 하면서 본 군용 텐트와 총기, 작업실 근처에서 본 나무 등걸이나 별 등 흔한 소재들이 마치 부품처럼 독특한 구성으로 배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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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老)화가 대부분이 수행자처럼 반복 작업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는 것과 달리, ‘효율’을 중시하는 것도 요즘 세대답다. 그는 “그림을 더 많이 그리기 위해 유화 대신 빨리 마르는 아크릴 물감을 쓴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의 독특한 작품은 미술관과 시장에서 모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갤러리밈(2020년)과 서울시립미술관 SeMA 창고(2021년)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일민미술관(2023년), 서울대미술관(2022년), 스페이스케이(2020년), 대전시립미술관(2019년) 등 유수 기관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했다. 비무장지대(DMZ)에서 열리는 대규모 전시 ‘체크포인트’, 울산시립미술관 그룹전에도 참가가 예정돼 있다.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27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