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뛰기 전에 미리 받자"…'마이너스 통장' 개설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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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40조원 육박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급전 조달처로 꼽히는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 수요가 늘고 있다.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 속에 대출금리 인상을 우려해 미리 자금을 마련하려는 차주들이 증가해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23일 기준 39조9652억원으로 7월 말(39조7171억원)에 비해 2481억원 증가했다. 고금리 여파로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올해 3월(39조759억원)까지 감소하다가 4월(39조74억원) 상승 전환한 뒤 4개월째 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은 정해진 한도 내에서 필요한 만큼 자유롭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신용대출 상품이다. 3000만원 한도에서 2000만원을 꺼내 쓰면 2000만원에 대해서만 이자를 내면 된다. 6~12개월 간격으로 변동금리가 적용돼 금리가 낮을 때 개설하면 금리가 올라도 일반 신용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올 1월 116조3681억원이던 5대 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7월 말(108조6828억원)까지 7조원 넘게 줄었다. 신용대출은 2021년 12월(139조5572억원) 이후 1년8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늘어나는 것은 상환 여력이 있는 고신용자들이 하반기 대출금리 인상에 대비해 예비 자금 확보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채 금리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오른 게 영향을 미쳤다. 5년 만기 금융채(AAA·무보증) 금리는 22일 연 4.412%로 올 3월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올초에 비해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가 소폭 인하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5대 은행이 지난 6월 취급한 마이너스통장 평균금리는 연 5.52~5.79%로 1월(연 6.82~7.04%)보다 상·하단 금리가 1%포인트 넘게 내려갔다. 은행권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대출금리가 낮을 때 주택 구입 등에 필요한 임시 자금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