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 길 먼 노동개혁, 직무급제 하나 도입도 이리 어려운가

고용노동부의 어제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 오른 노동조합 불법 실태는 다양하고 심각했다. 노조에 대한 불법 지원은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제도)가 지켜지지 않는 정도가 아니다. 노조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또 확인됐고, 전임자에게 전용차와 현금 수억원을 부당 지원한 사례까지 적발됐다. 이런 왜곡된 노사 담합을 보면 허울 좋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정상화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노사관계에서의 법치’ 확립이다. 나아가 노동개혁이 질질 늘어지지 말고 조기에 한 단계라도 매듭이 지어져야 한다는 절박함이 생긴다.

어제 회의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안건이 직무급제 관련 내용이다. 직종별 임금통계 분류를 124종에서 183종으로 세분화해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가 이뤄지도록 제도 개선을 해 나간다는 것이다. 예컨대 ‘교육전문가 및 관련직’이라는 직업 분류가 대학교수·강사, 학교 교사, 유치원 교사로 세분류된다. 임금 수준에서도 성·연령·근속연수·경력연수별로 월임금총액·월정액·초과급여·특별급여 같은 항목으로 작성된다.뒤틀린 노사관계 실태에 가려졌지만 직무급제 조기 정착도 중요한 과제다. 그렇게 보면 지난해 ‘노동시장개혁안’ 발표 때 제시된 직무급제가 아직 이 정도밖에 진척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공기업의 직무급제 도입도 지지부진하다. 현 정부는 임기 내 200개 공공기관 도입을 목표로 정했으나 올 들어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 이대로 가면 내년까지 100개 공공기관에서 시행하겠다는 지난 1월의 다짐은 공수표가 될 공산이 크다. 노조 반발이 거세지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고용·노동개혁에서 노조의 불법과 일탈도 바로잡아야 하지만 임금책정·근로방식 합리화도 매우 중요하다. 공공에서 좋은 모델을 채택하면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 설계했던 성과급제가 무산된 것까지 돌아보면 직무급제도 논의만 몇 년째인지 모르겠다. 속도를 내 체감도를 높여야 한다. 갈 길 먼 노동개혁, 개혁 피로증 말이 나올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