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LFP의 저가 공습…K배터리 입지 '흔들'

가성비에 밀려 점유율 하락
테슬라·벤츠·포드 등 완성차들
저가 전기차 부상에 중국산 채택

전문가 "中기술력, 한국 못잖아"
K배터리도 LFP 양산에 사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중국산 배터리 채택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 제품보다 30%가량 싼 데다 ‘질도 좋아졌다’는 평가가 확산하면서다. 미래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저가 전기차’로 바뀌는 가운데 중국이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하는 완성차 업체는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저가 전기차·중국 공략 전략”

28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의 고급 브랜드 링컨과 기아가 최근 중국 쓰촨성에서 열린 ‘2023 청두 국제 모터쇼’에서 공개한 신차엔 각각 중국 BYD의 배터리가 장착됐다. 링컨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노틸러스 하이브리드’에는 BYD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기아 준중형 SUV EV5엔 BYD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적용됐다. 기아가 BYD 배터리를 쓰는 것은 처음이다.두 회사가 BYD 배터리를 택한 것은 비용 절감과 함께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EV5는 기아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최초 전기차다. 노틸러스 역시 링컨이 현지에서 직접 제작한다. 링컨은 중국산 노틸러스를 미국을 비롯해 해외 시장에까지 판매할 예정이다. BYD는 앞서 도요타와 중국 디이자동차그룹(FAW)의 합작법인이 출시한 소형 전기 세단 ‘bZ3’마저 잡았다.
세계 1위 중국 CATL은 이미 글로벌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 등 수많은 완성차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테슬라는 모델 3와 모델 Y 등 중국 생산 차량에 CATL 배터리를 탑재한다. 메르세데스벤츠 EQS, 현대자동차 코나 EV 등도 CATL 배터리를 쓴다.

최근 차값이 주요 경쟁 요소로 떠오르면서 중국이 주력하는 LFP 배터리 채택률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승용 전기차 기준 LFP 배터리의 점유율이 2018년 7%에서 올해 30%를 넘을 것으로 분석했다. LFP 배터리를 채택했거나 채택할 계획이 있는 업체는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BMW,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현대차그룹, KG모빌리티, 도요타, 벤츠 등이다.중국 배터리 업체의 기술력도 완성차 업체의 ‘러브콜’을 받는 배경이다. 국내 배터리업계 고위관계자는 “기술력에서 한국 업체들이 CATL을 앞섰다는 시각이 있지만 이는 착각”이라며 “중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따라잡을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CATL은 최근 10분 충전에 400㎞를 달릴 수 있는 LFP 배터리 ‘선싱’을 공개하며 배터리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K배터리 3사도 LFP 배터리 양산 채비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CATL과 BYD는 각각 36.8%, 15.7%의 점유율로 1, 2위(SNE리서치 기준)를 차지했다. 합치면 50%가 넘는 점유율이다. 특히 엄청난 성장세가 눈에 띈다. CATL의 상반기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112GWh로 전년 동기 대비 56.2% 늘었다. BYD는 같은 기간 사용량이 102.4% 급증한 47.7GWh로 집계됐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3사의 상반기 합산 점유율은 23.9%로 작년보다 2.2%포인트 뒷걸음쳤다. 한국 기업들이 LFP 배터리 양산을 서두르는 배경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 공장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라인 일부를 LFP 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목표 양산 시기는 2025년이다. 삼성SDI는 울산에 LFP 배터리 생산시설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온은 지난 3월 LFP 배터리 시제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배성수/김일규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