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간첩단 측 "종북몰이"…법원 "구속 연장 불필요"

국민참여재판 신청 등으로 지연되다 5개월만에 첫 공판
피고인들 "갑자기 간첩단 총책 돼…北 지령받은 적 없어"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으로 기소된 지 5개월만에 열린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관계자들의 첫 재판에서 법원이 피고인들의 구속기간 연장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강두례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자통 총책 황모(60)씨와 자통 경남 서부지역 책임자 정모(44)씨 등 4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구속 기한이 다음 달 14일 만료됨에 따라 재판부에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다.

검찰은 "변호인이 국민참여재판 신청 불허에 대한 항고·재항고를 기한 만료일이 돼서야 내는 등 각종 절차적 주장을 제기해 구속 기간 만기가 임박한 오늘에서야 첫 공판이 진행됐다"며 "피고인들의 범행은 민주 질서를 위협하고 죄질이 불량해 추가 영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절차적인 문제로 구속기간이 지나긴 했으나 검사가 주장하는 사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추가 구속영장을 현재 발부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황씨 등은 이날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검찰의 기소가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한 종북몰이"라고 비난했다.

황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데 이용될 핵심 표적으로 지목돼 희생양으로 재판을 받게 됐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은 극우적 시각에서 진보적 정치사상과 대중활동을 모두 범죄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특히 검찰이 황씨 등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활동했다고 보면서도 국가보안법상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았고, 공소장에 자통을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라고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간첩단'이라고 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재판 지연 전략을 썼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국민참여재판 신청이 재판 지연이라는 논리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검찰이 국민참여재판에 동의하고 재판부가 소송 지휘를 했다면 벌써 1심이 선고됐을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황씨 등 피고인들은 직업과 생년월일 등을 묻는 인정신문 절차에서 재판부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다가 모두진술 기회가 주어지자 준비해온 입장문을 낭독했다.

황씨는 "검사가 제기한 공소사실 일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아무리 돌이켜 생각해봐도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해한 어떤 행위도 생각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간첩단 총책이 돼 마녀사냥 재판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함께 기소된 성모씨도 "신념에 따라 행동했으며 그 누구의 지령이나 강압에 따르지 않았다"며 "검찰은 내가 북한 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받았다며 나를 꼭두각시 취급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자통 측이 제출된 증거목록을 모두 부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향후 국정원 수사과 직원 50여명과 탈북민, 공항 직원 등 총 66명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씨 등은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캄보디아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공작금 7천달러(약 900만원)를 받고 지령에 따라 국내정세를 수집해 북한에 보고한 혐의로 올해 3월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들이 관할이전과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심리하느라 시간이 걸리면서 5개월 넘게 정식 재판은 열리지 못했다. 이들은 지난 25일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