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싸게 잘 만드나?…뜨거워지는 전기차 '가격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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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가격이 대중화 걸림돌전기차가 초기 보급 단계를 넘어 대중화 시기에 접어들면서 전기차 업체 간 ‘가격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전까지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카만 만들어온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 사이에서 쟁점은 순수 전기차 생산 역량 그 자체였다. 가격 경쟁력은 둘째치고 전기차를 대량 양산할 수 있는지가 문제였던 시절을 지나, 이제 시장의 화두는 ‘가격’이 됐다. 이제는 전기차도 ‘누가 더 싸게 잘 만드느냐’의 싸움이 됐다는 얘기다.
정부 보조금 줄어 가성비 중시
테슬라發 가격 인하 경쟁
완성차 업체도 잇단 가세
보급형 저가 전기차 러시
KG·기아 2천~3천만원대 출시
현대차·폭스바겐·르노도 가세
실제 동급 차량 기준으로 내연기관차 대비 30~40%가량 더 비싼 전기차 가격은 전기차 대중화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다. 신기술을 먼저 경험해보려는 얼리어답터는 비싼 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전기차를 샀지만 대다수 보통 소비자에게는 ‘가성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전기차 도입 초기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 격차를 좁혀준 정부 보조금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으로 소비자 구매력이 둔화하면서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더 중요해졌다. 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전기차의 출고 가격 자체가 낮아져야 한다는 얘기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가격 경쟁에 처음 불을 지핀 테슬라는 갈수록 공세를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테슬라는 지난달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Y 후륜구동(RWD)을 국내에서 5699만원에 판매를 시작해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생산해 들여왔던 모델 Y 사륜구동 롱레인지와 퍼포먼스 제품 가격이 7000만~8000만원대였던 데 비하면 판매가가 대폭 낮아졌다. 생산비용이 낮은 중국 기가팩토리에서 만들어진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대신 가격이 저렴하다.
여기에 보조금까지 더해지면서 테슬라 Y RWD 최종 구매 가격은 지역에 따라 4000만원대까지 낮아졌다. 지난 25일 확정된 모델 Y RWD 국고 보조금은 514만원이다. 여기에 최저 180만원, 최고 1150만원에 이르는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까지 더하면 실구매가는 더 떨어진다. 지자체 보조금이 가장 적은 서울(180만원)에선 5049만원에 살 수 있다.완성차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저가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선 KG모빌리티가 다음달 3000만원대 후반(보조금 적용 시) 전기 SUV 토레스EVX를 출시한다. 중국 BYD의 LFP 배터리를 장착한 이 모델은 1회 충전으로 433㎞를 달릴 수 있다.
기아는 2000만원대 보급형 전기차 ‘레이 EV’의 사전 계약을 24일부터 시작했다. 다음달 정식 출시된다.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장착한 레이 EV는 1회 충전으로 도심에서 233㎞(복합 205㎞)를 달릴 수 있다. 가장 관심을 끈 가격은 4인승 승용 기준 라이트 트림 2775만원, 에어 트림 2955만원으로 책정됐다. 2인승 밴은 라이트 2745만원, 에어 2795만원이다. 보조금 액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고·지자체 보조금을 합치면 2000만원대 초반에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보급형 저가 전기차 ‘러시’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내년 인기 경차 캐스퍼의 전기차 버전을 2000만원대에 내놓을 예정이다. 기아도 중소형 전기차 EV4로 추정되는 신차를 추가로 준비 중이다. 가격대는 3000만원대로 예상된다. 폭스바겐(ID.2ALL)과 르노(르노5 EV), GM(이쿼녹스EV) 등도 내년부터 3000만원대 중후반 소형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