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포인트란 '불편한 도구'로 '시간의 상대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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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f 2023 하이라이트-지갤러리미디어 아티스트 이정민은 발표(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인 마이크로소프트 파워포인트로 작품을 만든다. 그의 작품 속 사물들은 파워포인트의 애니메이션 효과를 통해 각기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사물과 시간의 속도는 보는 사람의 움직임과 심리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는 '상대성'을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파워포인트 애니메이션 작업하는 이정민 작가
5단계 속도 조절 통해 주관적 시간 인지 표현
'수집된 시간_한강', 'Fan' 등 신작 출품
홍익대학교 조소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이 작가는 파워포인트라는 독특한 작업 도구 겸 매체와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일찌감치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금호미술관 개인전 'In and Around'를 시작으로 2018년 소치 동계올림픽 평창 홍보관, SKT 타워의 미디어 파사드 작업 등으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경기도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성곡미술관 등 유수의 미술관과 협업 전시를 하는 등 문화예술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파워포인트는 이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다. 플래시와 애프터이펙트 등 더 화려하고 편리한 영상 제작 프로그램이 많지만, 작가는 작업 의도를 더 잘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불편한' 도구를 택했다. "다른 영상 프로그램은 숫자를 직접 입력해서 애니메이션 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반면 파워포인트에서는 '매우 빠르게'부터 '매우 느리게'까지 총 다섯 단계로만 속도를 조절할 수 있지요. 그런데 사람이 속도를 인식하고 말하는 방식은 극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며 애매모호합니다. 이를 표현하기엔 파워포인트가 제격입니다."
이번 KIAF 서울 2023 하이라이트에서 이 작가는 '수집된 시간_한강' 작품을 선보인다. 한강 근처를 거닐면서 관찰한 여러 요소들을 비현실적인 크기로 바꾸고, 이 요소들을 각자 다른 속도로 움직이도록 해 여러 시간성이 공존하는 현상을 이전보다 더 세밀하고 밀도 있게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잘 나가는 젊은 작가'라는 평가를 받지만, 그는 여전히 "한계와 계속 싸우고 있다"고 말한다. "이때까지 작업을 하면서 구축한 스타일이 계속 반복되는 게 아닌지 고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계를 느끼는 게 아이러니하게도 예술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자, 새로운 실험을 거듭하게 하는 에너지가 됩니다." 그 말대로 이 작가는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환풍기의 모습을 담은 작품 'Fan'이 대표적이다. 관객이 가까이 다가서면 작품 속 환풍기는 더욱 빠르게 돌아가는데, 이를 통해 시간의 상대적인 흐름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그는 "인터랙티브 작품과 함께 앞으로는 입체 작업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