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사각지대 상호금융권…5년간 횡령 등 금전사고 511억

윤창현 의원 "서민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스템 필요"
사진=연합뉴스
새마을금고와 농협, 신협, 수협 등 상호금융권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금전 사고액이 5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각 상호금융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발생한 횡령 등 금전 사고는 총 144건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누적 사고 금액은 511억원이다. 이 중 회수되지 못한 금액은 133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건전성 우려가 제기된 새마을금고의 사고 규모가 43건, 255억원으로 가장 컸다. 전체 사고액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이어 농협(49건, 188억원), 수협(14건, 33억원), 신협(38건, 33억원) 순이었다. 산림조합은 지난 5년간 금전 사고가 없었다고 보고했다.

사고 유형은 고객이 맡긴 예탁금을 횡령하거나 시재금 등 회삿돈을 빼돌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강릉의 한 새마을금고에선 작년 5월 148억원 규모의 대형 횡령 사고가 적발되기도 했다.

업계에선 상호금융권 횡령이 잦은 이유로 허술한 감독 체계와 후진적 지배구조 등을 꼽는다. 신협(금융위)을 제외한 상호금융권은 각각 행정안전부(새마을금고), 농림축산식품부(농협), 해양수산부(수협) 등 각 주무부처에서 포괄적으로 감독하고, 금융당국은 건전성 감독 권한만을 가진다. 이 중 새마을금고는 건전성 감독마저도 행안부와 금융당국이 협의해서 하게 돼 있다. 금융당국은 행안부의 요청이 있으면 검사를 지원할 수 있지만 단독 검사에 나설 순 없다.

각 상호금융중앙회가 일선 조합의 비위를 단속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수백에서 수천개에 달하는 개별 조합을 제대로 들여다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역 밀착형인 상호금융 특성상 임직원 이동이 잦지 않고 상호 감시가 느슨하다 보니 횡령이나 직장 내 갑질 등 각종 비위·비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윤창현 의원은 "금융소비자는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에 대해 은행 수준의 신뢰를 기대하지만 사고 빈도는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며 "서민들이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내부통제를 정비하고, 수시·교차점검 방식을 도입하는 등 각 중앙회 차원의 신뢰 회복 제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작년 7월 상호금융권의 잇단 금융 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원장은 당시 상호금융권 대표들과 만난 뒤 "타 업권에 비해 규모가 작고 특정 업무를 오랫동안 맡게 되거나 친소관계 문제 등이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했다"며 "그런 점에 착안해 상호금융 고유의 내부통제 제도 개선안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