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급 불경 들고 오는 英 피터 해링턴 "안목 있는 亞수집가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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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폼 해링턴 '피터 해링턴' 대표
영국 대표하는 초판·희귀본 전문서점
2023 프리즈 서울 첫 참가하는 폼 해링턴 대표
1969년 첼시 골동품 시장 가판대에서 시작
셰익스피어 희곡집 대형판~해리포터 초판까지
올해 처음으로 런던 밖 열리는 프리즈 참여
11세기 고려 목판불 불경
日14세기 제작 추정 불경

아버지 피터 해링턴에 이어 2000년부터 서점을 이끌고 있는 폼 해링턴 대표는 다음달 '프리즈 서울 2023'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첫 방문한다. 그를 국내 언론사 중 처음으로 서면 인터뷰했다.

폼 대표는 "이 책은 동아시아 전역에 불교 사상이 퍼지는 데 있어어 인쇄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보여주는 증거"라며 "선명하게 인쇄된 글자를 통해 한국 고유 닥종이의 특성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지는 남색으로 염색된 종이이고, 제목은 금박으로 찍혀 있다.
다만 문화재청 관계자는 "목판이 인쇄된 시점 등에 따라 가치는 달라질 수 있는데, 이는 실물을 확인해야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이밖에 피터 해링턴 레어 북스는 1632년 출간된 셰익스피어의 희곡집 두 번째 폴리오도 서울로 가져온다. 이 책에는 셰익스피어를 위한 시가 익명으로 실렸는데, 학계는 이 시를 쓴 사람이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영국 대표 시인 존 밀턴일 것으로 추정한다. 가격은 46만파운드(한화 약 7억7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오래된 책이라고 무조건 예술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예술품이라고 늘 옛날옛적의 책인 건 아니다. 폼 대표는 "희귀품이라고 하면 흔히 고미술품을 떠올리기 쉽지만, 어릴 때 공부하고 사랑했던 책은 어른들의 수집품이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발달과 독서인구의 감소로 책의 가치는 점점 더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책 읽는 사람이 적어질수록 귀한 책은 더 귀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태블릿 같은 디지털 매체를 통해 책을 읽으며 자란 젊은 수집가들에게는 종이책 초판본이 더욱 희귀하고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라며 "책이 더 적게 인쇄된다는 건 살아남는 책은 더욱 희귀해진다는 의미"라고 했다."종이책이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냐고요? 물론, 출퇴근길에 훼손 걱정 없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대량생산 책의 기능은 대부분 전자책 기기 같은 게 대체하고 있죠.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물질적인 대상으로 평가합니다. 출판사는 종이책을 구매해야 할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아름답게 제작된 책, 특별한 내용이 포함된 한정판 등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이런 책들은 내일의 수집품입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