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만성 공급 부족' 투싼·팰리세이드 국내 생산 늘린다

울산 공장 생산차종 재배치

인기 시들해진 세단 라인 고쳐
베스트셀러 투싼·팰리세이드
내년부터 여러 공장서 공동 생산

"국내공장 지원 고용안정 위해
해외 생산 대신 울산공장 증산"
현대자동차가 내년부터 글로벌 베스트셀러인 투싼과 팰리세이드의 국내 생산 라인을 늘린다.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두 차종은 연간 10만 대 안팎씩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SUV 생산을 늘리는 대신 수요가 줄고 있는 세단은 조립 라인을 줄이기로 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투싼과 팰리세이드를 내년부터 울산 3공장과 5공장에서 추가 생산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날 노동조합과 합의했다. 현재 두 차종은 각각 울산 5공장과 4공장에서 주력 생산되고 있는데, 다른 공장과 '공동 생산'을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투싼과 팰리세이드는 북미 지역에서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차는 당장 내년에 투싼을 올해보다 약 6만 대, 팰리세이드는 약 2만 대 증산해야 해외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핵심은 ‘공장 간 물량 나누기’다. 현재 투싼은 울산 5공장 2라인에서, 팰리세이드는 2·4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두 차종의 증산 물량 일부를 다른 공장에 넘겨 공동 생산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당초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증산하거나 캐나다에 신공장을 지어 해외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국내 공장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이번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SUV만 생산하는 2공장과 4공장의 팰리세이드 물량 가운데 약 3만 대를 내년 3월부터 제네시스 세단 공장인 5공장 1라인에서 함께 생산하게 된다. 또 투싼을 주력 생산하는 5공장 2라인은 증산하는 미국 수출용 물량 가운데 약 5만 대를 내년 하반기부터 3공장으로 넘기기로 합의했다. 대신 물량을 넘겨주는 공장들이 향후 일감 부족을 겪지 않도록 점검을 지속한다. 공장별 생산 물량은 곧 해당 공장 직원의 고용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 노사는 기존 공장에서 사전 합의한 규모보다 생산량이 줄게 되면 넘겨준 물량을 다시 가져올 수 있다는 조항을 마련했다. 팰리세이드와 싼타페, 제네시스 SUV를 조립하는 2공장의 경우 향후 전체 생산 추이에 따라 GV70과 GV80 증산도 논의할 수 있다.

노조와 협의가 끝남에 따라 현대차는 올해 추석과 내년 설 연휴 기간을 이용해 각 공장의 라인 공사에 돌입한다. 인기가 시들한 세단 라인을 고쳐 SUV 생산이 가능하도록 개편한다. 실제 이번에 SUV 생산 물량을 새로 받는 울산 5공장 1라인과 3공장은 둘 다 ‘세단 주력 공장’이다. 3공장에선 아반떼와 단종되는 i30를, 5공장 1라인은 G70, G80, G90 등 제네시스 세단만 생산한다.

이번 생산 조정은 전 세계적으로 SUV 수요가 치솟는 반면 세단 인기는 줄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국내 세단 판매량은 78만 대였다. SUV(116만 대)의 70%에도 못 미쳤다.

빈난새/김일규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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