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IT인사이드] 팰로앨토 연구센터와 생성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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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IT과학부 기자제록스가 1970년 설립한 ‘팰로앨토 연구센터(PARC)’는 컴퓨터공학 분야에서 전설로 꼽히는 기술을 쏟아냈다. 제록스의 사업 영역과 상관없이 연구자들이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자유를 보장한 덕분이었다.
모든 컴퓨터에서 활용되는 마우스 기술부터 컴퓨터 운영체제(OS)의 기본이 되는 그래픽사용자환경(GUI), 통신망의 근간인 이더넷 등이 모두 이곳에서 탄생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1979년 PARC를 방문해 GUI와 마우스를 활용한 개인용 컴퓨터 ‘앨토’를 보고 충격받았다. 제록스는 앨토를 상용화하지 않았지만 잡스는 이를 본떠 1984년 애플의 첫 개인용 컴퓨터 매킨토시를 개발했다. 지금의 애플을 만든 히트작이다.제록스 사례처럼 기술을 갖춘 것과 이를 활용해 서비스를 만들고 돈을 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복사기와 팩스를 생산해 승승장구하던 제록스는 앨토가 사무실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개인용 PC로 돈을 번 것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 같은 기업이었다. 잡스는 훗날 “제록스는 자신들이 무엇을 가졌는지 전혀 몰랐다”며 “제록스는 컴퓨터 산업 전체를 소유할 수 있었고, 1990년대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술 앞섰지만 실패한 제록스
눈앞에 기술이 있어도 이걸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에선 월드와이드웹(WWW), 초고속 인터넷, 스마트폰 등 새로운 시대를 연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변화 초기에는 기존 서비스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일반적이다. 기존 시장의 강자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는 시기이기도 하다. 초창기 인터넷 포털 서비스는 PC 통신을 그대로 본뜬 것이 많았다. 수많은 서비스 가운데 바뀐 환경에 맞춰 검색, 커뮤니티, 이메일 등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은 네이버, 다음 같은 서비스가 살아남았다.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민족은 오프라인 배달 전단을 스마트폰에서 이미지로 보여주는 서비스로 시작했다. 지금과 같은 온·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이 되기까지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쳤다. 기술 변화가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로 다가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는 기업도 있고 기존 강자를 꺾고 시대의 패자로 떠오르는 기업도 생겨난다. 애플, 구글, 메타, 네이버, 카카오 같은 기업은 모두 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AI 대전환 시대 살아남을 기업은
스마트폰 등장 이후 10여 년 만에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됐다. 바로 생성 인공지능(AI)이다. 시장이 시작되는 과정부터 신구 세력의 난타전이 치열하다. 생성 AI의 근간이 되는 AI 모델 ‘트랜스포머’는 구글이 개발했다. 하지만 스타트업인 오픈AI가 트랜스포머를 활용해 대규모언어모델(LLM) GPT 시리즈를 만든 데 이어 누구나 쓸 수 있는 챗GPT로 새 시대의 문을 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와 손잡았고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내로라하는 빅테크들이 LLM을 내놓으며 반격에 나섰다. 세계 세 번째로 자체 LLM을 개발한 네이버도 지난 24일 새로운 LLM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였다.LLM은 AI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당장은 LLM 중심의 경쟁이 부각되고 있지만 머잖아 인터넷과 통신망처럼 누구나 쓸 수 있는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 전장은 생성 AI를 활용한 서비스다. 올해 상반기에만 AI 서비스가 4700개 넘게 등장했다고 한다. 아직 LLM의 기본 기능인 창작, 요약, 번역 등을 활용한 단순 서비스가 대다수다.
생성 AI라는 엄청난 기술이 눈앞에 있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모두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몇 년 뒤 어떤 기업이 이름을 남길지 관심 있게 봐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