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방관·안동시 노조도…'민노총 탈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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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투쟁에 환멸"…공무원노조 '反민노총 연대' 확산올해로 합법화 3년 차를 맞은 소방관노조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및 전국공무원노조 탈퇴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전공노 초대 소방본부장을 지낸 ‘소방노조의 산파’격인 박해근 소방관은 “소방관 처우 개선보다 ‘윤석열 퇴진’을 우선시하는 민노총·전공노에 환멸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경북 안동시청 공무원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민노총 집단탈퇴를 확정했다. 공직사회의 ‘반(反)민노총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북 소방본부 조합원 80% 이탈
"처우엔 관심없고 尹 퇴진 투쟁"
전공노 안동시지부도 탈퇴 의결
2030 중심으로 독자세력화 나서
“‘대통령 물러나라’ 너무 쉽게 해”
29일 노동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경북 지역 전공노 소속 소방본부 조합원 1000여 명 중 약 800명이 노조를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소방본부 경북지부장을 포함한 500여 명의 탈퇴 처리는 이미 완료됐다.소방관 노조는 2021년 7월 공무원노조법 개정으로 소방공무원의 노조 활동이 허용되면서 닻을 올렸다. 현재 민주노총 산하 전공노 소방본부를 비롯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소방공무원노조,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소방노조 등 4개 단체가 활동 중이다.그런데 민노총 소속인 전공노 소방본부에서 최근 개별적으로 노조를 탈퇴한 소방관이 급증했다. 경북 영천소방서에서 소방관으로 근무 중인 박해근 전 본부장은 2012년 소방발전협의회 회장을 맡아 소방관 권익 향상과 노조 설립 등을 주도한 바 있다. 박 전 본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민노총과 전공노는 소방관 처우 개선에 전혀 관심이 없고 정치투쟁·시위에 소방관들을 계속 동원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민노총은 ‘대통령 물러나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한다”며 “국민이 뽑은 대통령인데 우리 공무원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민노총을 탈퇴한 소방관들은 소방통합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4개 단체로 갈라진 소방노조를 하나로 합쳐 소방관 처우 개선과 각종 소방정책·현안 등에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반(反)민노총 연대’ 추진
일반직 공무원노조에서도 민노총·전공노 탈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전공노 안동시지부는 29일 조합원 투표를 거쳐 민노총 및 전공노를 집단탈퇴하는 조직형태 변경 안건을 의결했다.안동시지부는 30일 고용노동부 안동지청에 기업별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하고 독립 노조로 전환할 계획이다. 공직사회에서 전공노 집단탈퇴는 2021년 8월 강원 원주시노조 이후 2년 만이다.유철환 지부장은 “전공노는 윤석열 정권 퇴진, 사드 배치 반대 등 정치투쟁에 공무원들을 동원했다”며 “젊은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투쟁에 대한 거부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집단탈퇴를 금지하는 산별노조 규약을 불법으로 판단하고 철폐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린 것 또한 촉매제 역할을 했다. 고용부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호일 전공노 위원장을 지난달 말 입건했다.안동시노조는 앞서 민노총을 탈퇴한 원주시노조 등과 함께 ‘반(反)민노총 연대’를 구성해 독자 세력화에 나설 계획이다. 유 지부장은 “민노총을 탈퇴한 노조 간 연대체를 구성해 앞으로 정부와 직접 교섭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문성호 원주시노조 사무국장은 “공무원의 존재 이유는 정치투쟁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봉사에 있다”며 “민노총 탈퇴를 원하는 다른 노조들을 지원해 공직사회가 거대 기득권 노조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