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악성민원과의 전쟁' 선포…"녹음기 지급·경비인력 배치"

민원업무 수행직원 보호 위한 종합대책 발표

국세청 일선 세무서에 악성 민원인들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외주 경비인력이 배치된다. 업무·민원 공간을 분리하기 위한 직원 전용 출입문 및 투명가림막도 설치된다.

국세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원업무 수행직원 보호를 위한 종합대책을 30일 발표했다. 경기 화성시 동화성세무서 민원봉사실에서 근무했던 고(故) 강윤숙 민원봉사실장이 민원인을 응대하던 중 실신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지난 16일 끝내 숨을 거둔 후 나온 대책이다. 당시 민원인은 법적 요건이 부족해 부동산 관련 서류를 발급받을 수 없음에도 고 강 실장에게 고성을 지르며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화성세무서 사건 뿐 아니라 일선 세무서에서 직원들이 일부 악성 민원인들로부터 폭행과 폭언을 당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는 것이 국세청 설명이다.

국세청은 “민원인의 정당한 권리는 적극적으로 보호하되 폭행·폭언 등으로 정상적 국세행정 집행을 방해하고 직원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 기관 차원에서 엄정히 대응하기 위해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우선 국세청은 민원봉사실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에게 녹음기(사진)를 지급하기로 했다. 녹음에 따른 민원인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 위해 녹음기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내하는 배너 및 스티커를 비치해 예방효과를 높였다. 기존에 설치된 CCTV가 촬영하지 못하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CCTV를 추가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원인과 업무공간을 분리하기 위한 직원 전용 출입문 및 투명 가림막 등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예기치 못한 사고 발생 시 직원과 민원인을 보호하기 위해 외주 경비인력을 민원인 방문이 많은 수도권 내 6개 관서에 우선 배치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종합대책 마련의 계기가 된 동화성세무서는 최우선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외주 경비인력 도입은 기획재정부 및 경찰 등 관계부처와의 사전협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본부급 중앙기관을 제외한 산하기관에는 배치사례가 없어 도입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스피드게이트 등 출입 통제시스템 설치를 확대해 청사 보안도 강화된다. 2020년 이후 준공한 청사에는 스피드게이트가 모두 설치돼 있다. 앞으로 신축하는 모든 청사에도 스피드게이트를 설치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법률적･경제적 지원 등 직원 보호를 위한 사후 조치도 강화할 예정이다. 폭행·상해 등의 범죄행위는 기관 차원의 법적조치를 원칙으로 삼아 엄정히 대응할 방침이다. 세무서에서 주로 발생하는 악성 민원 처벌사례를 수집·분석해 유형별･행위별 법적 대응을 위한 판단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피해직원이 고소·고발을 하는 경우에도 내부 법률지원 및 외부 법률상담, 변호사 비용지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민원조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률지원이 결정된 사건에 대해서는 변호사 비용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직원이 업무수행 중 폭행 등으로 치료받는 경우 본인 부담액 제한 없이 지급하도록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고, 피해 정도에 따라 지급하는 피해 위로금도 상향할 예정이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이번에 마련된 종합대책 중 즉시 시행이 가능한 사항들은 바로 조치하고 예산 등의 이유로 전면 시행이 어려운 사항들은 일부 관서에서 우선 도입 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