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비명계 "총선 전략 '이재명 1년' 평가서 시작해야…민주, 사법리스크에 올인돼"

이원욱 의원 "총선전략은 이재명 대표 체제 1년 평가에서 시작해야"
유인태 전 사무총장 "이 대표 1년, 점수 주기 어려워"
비명계 모임 '민주당의 길' 4개월 여만에 잇따른 공식 행보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의 지난 1년을 두고 비명(비이재명)계에서 ‘이 대표 책임론’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가 대표의 '사법 리스크’ 최소화에 급급한 나머지 정작 국민적 지탄을 받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 코인 논란 등 도덕성 훼손 문제를 회피하면서 당이 위기에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30일 자신의 SNS에 “총선전략은 이 대표 체제 1년 평가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이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대안이 없다는 말로 말끝을 흐리고 있다”고 적었다. 이 의원은 이어 "민주당의 정책보다는 당 대표 관련 기사가 언론을 압도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민생보다는 당 대표 리스크로 올인하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모습이 일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팬덤 정치도 비판했다. 이 의원은 "'개딸(개혁의딸)'이란 단어는 이제 국민 혐오의 단어가 됐다"며 "당은 정치 훌리건의 공격이 난무하는 친명 일색이 됐다"고 비판했다. 개딸을 중심으로 한 강성 지지층의 팬덤 정치가 당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가로막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에 실망하는 무당층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 체제 1년을 평가해달라는 진행자 질문에 "점수를 낼 것도 없다"며 그 이유로 "원래 대표로 나와서는 안 될 사람이 대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대표를 한다는 것은 정치 상식으로 납득이 안 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비명계에선 '이 대표 사법 리스크 해소'와 '당내 도덕성 회복'을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주요 과제로 보고 있다. 앞서 비명계 설훈 의원은 지난 28일 1박 2일간 진행된 정기국회 운영 전략 워크숍에서 "(이 대표가) 심청이처럼 인당수에 빠져야 왕비가 될 수 있다"며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요청을 건의했다. 정치권 예상대로 다음달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영장 청구를 하면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가결과 부결로 나뉘는 당내 분열을 막아야 한다는 의미다.
사진=뉴스1
비명계 이상민 의원도 지난 29일 라디오에 나와 설 의원의 발언을 두고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지속적인 당내 목소리가 표출된 것"이라며 "대표직 사퇴나 실질적인 불체포특권 포기를 보이는 것, 개딸을 바로잡는 조치들이 쾌도난마처럼 있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저라면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비명계의 본격적인 행보도 주목된다. 비명계 의원들이 주축인 '민주당의 길'은 지난 24일 약 4개월여 만에 '여론조사와 민심 분석 토론회'를 열며 공개 활동에 나섰다. 김종민 의원은 토론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2008년 총선처럼 민주당 지지자들이 국민의힘 지지자보다 투표장에 덜 나가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극복해야 할 것은 내로남불"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길은 오는 31일 '민심'을 주제로 후속 토론회를 연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