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석 달 밀렸다고 무조건 명도소송할 수는 없어" [아하! 부동산법률]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입자가 계약한 지 1년이 다 돼가도록 임대료를 제때 낸 적이 없습니다. 항상 정해진 날짜보다 며칠이나 한 달 이상 상습적으로 늦게 내고 있습니다. '계약서에는 3기 이상 임대료 연체 시 계약해지가 가능하다'고 나와 있는데 명도소송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세입자가 상습적으로 임대료를 연체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마음고생 하는 건물주들이 적지 않습니다. 임대차 관계에서 세입자가 임대료 납부일을 어기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면 건물주와 세입자 간 명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이 과정에서 건물주들은 계약해지는 물론 명도소송을 해서라도 문제의 세입자를 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세입자가 임대료 납부일을 자주 어겼더라도 연체 총액이 3기에 이르지 않았다면 명도소송은커녕 계약해지조차 할 수 없습니다.

명도소송이란 임대차 계약이 해지됐음에도 나가지 않고 버티는 세입자를 상대로 건물주가 건물을 비워달라고 청구하는 소송입니다.

상가나 주택 임대차에서 세입자의 임대료 연체는 계약해지뿐 아니라 명도소송의 근거가 되는 중대한 위법 사항 중 하나입니다. 현장에선 법률상 문제가 되는 임대료 연체의 기준을 놓고 혼란을 겪는 일이 흔히 발생합니다.임대차 관계에서 계약해지 사유가 되는 임대료 연체 기준은 상가의 경우 3기, 주택의 경우 2기에 해당할 때입니다. 문제는 건물주들이 법률에서 규정한 3기와 2기를 횟수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세입자가 임대료를 3번이나 2번 이상 밀렸을 경우 무조건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법률상 임대료 연체로 계약해지가 되는 사유는 횟수가 아닌 총액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가령 한 달 임대료가 50만원이라고 할 때 상가 임대차에서는 3기에 해당하는 총액인 150만원이 됐을 때 세입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습니다. 즉 세입자가 3번을 밀렸다고 해서 무조건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는 게 아닌 연체금액이 150만원에 이르렀을 때를 기준으로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세입자가 며칠씩 늦게 임대료를 지급했다거나 연체 횟수로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판단은 법률상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세입자의 임대료 연체 총액이 법률상 위법에 해당해 건물주가 계약해지를 통보했지만, 이후 세입자가 연체된 임대료를 모두 낸 경우에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이 경우 세입자는 이미 연체된 임대료를 모두 냈다며, 계약해지의 부당함을 주장하거나 명도소송 철회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세입자가 계약해지에 해당하는 임대료 연체 후 건물주가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면 법률상 계약해지가 완료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건물주가 임대차 계약을 유지할지에 대해 우선권이 있다는 말입니다.

이미 계약이 해지된 상황에서 세입자가 연체된 임대료를 냈다고 하더라도 건물주가 이를 봐줄 이유가 없습니다. 건물주의 퇴거 요구에 세입자가 불응한다면 명도소송까지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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