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의 경계' DMZ에 몰려든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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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전시 : 체크포인트
도라전망대·임진각·미군 막사 등
3곳서 국내외 27명의 작품 전시
민간인통제선 넘나들며 관람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이 2012년부터 열고 있는 ‘리얼 DMZ 프로젝트’는 이런 작품을 모은 전시이자 미술 운동이다. 올해 전시 ‘DMZ:체크포인트’ 개막일은 9월 1일. ‘모순의 경계’ DMZ를 주축으로 국내외 작가 27명의 작품 60점을 만날 수 있다. 김 예술감독은 “리얼 DMZ 프로젝트는 DMZ의 장소성과 역사, 분단의 의미를 예술적 시각으로 환기하는 전시”라며 “올해는 젊은 작가가 많이 참여했는데, 분단과 남북 대립을 소재로 한 작품보다는 자연 등을 소재로 한 추상적인 작품이 많다”고 설명했다.도라전망대에서는 북한 개성공단까지 보이는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정소영의 ‘환상통’, 요네다 도모코의 ‘마을-남한과 북한 사이의 서부전선 전경’, 이끼바위쿠르르의 ‘덩굴: 경계와 흔적’, 박보마의 ‘초록의 실제’ 등이 전시됐다. 캠프그리브스는 70년 전 미군2사단 506연대가 주둔한 기지다. 미군들이 사용한 거대한 체육관과 막사, 화장실까지 모두 전시공간이 됐다. 체육관에서 만날 수 있는 서용선의 대형 회화, 이재석이 텐트를 그린 작품, 함경아의 설치작업 등을 접할 수 있다. 수십 년 전 이역만리 극동의 나라를 지키러 온 병사들. 그들이 울고 웃으며 땀흘린 곳에 내걸린 작품들은 시내 어느 미술관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느낌을 선사한다. 마지막 전시 장소인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는 김홍석의 텐트천 조각 ‘불완전한 질서 개발-회색 만남’ 등이 있다.
전시 장소는 서울에서 멀고 관람하려면 검문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미술관 안에 갇힌 작품이 아닌, 현실을 다룬 예술을 현실 속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가는 방법은 세 가지. 첫 번째는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도라전망대~캠프그리브스~평화누리를 도는 코스다. 전시 기간 금·토요일 오전 9시에 버스가 출발하며 온라인 사전 신청이 필요하다. 전시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이고,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서용선 개인전과 미술계의 호평이 자자한 ‘오프사이트’(입장료 별도) 전시를 함께 관람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날마다 정원이 정해져 있다.
두 번째는 케이블카 ‘평화 곤돌라’를 타고 캠프그리브스에 설치된 작품들을 가이드와 함께 관람하는 것. 도라전망대와 평화누리는 함께 관람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매일 오후 2시40분 출발하는 순환형 버스 ‘DMZ 평화관광 버스투어’를 현장 신청(선착순)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가장 중요한 건 신분증이다. 신분증이 없으면 민간인통제선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다.전시는 9월 ‘KIAF-프리즈’를 계기로 방한하는 해외 미술 관계자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단체관람도 이미 수차례 예약돼 있는 상태다. 9월 23일까지 열린다.
파주=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