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이 투자하고 청년이 찾는 산업캠퍼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1960년대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를 시작으로 1274개 산업단지가 전국에 분포해 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의 산업과 12만 개 기업이 입주해 우리 제조업 생산과 수출의 60% 이상, 고용의 50% 이상을 담당해왔다. 지난 60년간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주역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시설이 노후화하고, 근로자를 위한 편의시설 부족으로 정주 여건이 악화했다.

산업단지가 발전하려면 산업과 기술의 변화에 따라 첨단산업으로 바뀌고, 편의시설과 여가 공간이 충분해 근로자들이 일터에 머무는 시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간 입주 업종이 경직적으로 적용돼 신산업의 입주를 제한하고,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어왔다. 부동산 투기 억제 등을 이유로 토지 용도 전환도 자유롭지 않아 민간 투자자들은 산업단지 재개발 사업 참여를 주저했고, 청년들이 즐겨 찾는 카페나 편의시설이 들어서기 어려웠다.“입주 허용 업종이 아니라 입주할 수 없다.” “편의·복지시설 확대는 토지 용도 변경이 불확실해 투자에 대한 확신이 없다.” “주차장이 부족해 출퇴근이 불편하다.” 산업단지를 찾는 기업인과 투자자, 그곳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다. 정부는 이런 의견을 토대로 1990년대부터 유지된 산업단지 ‘킬러 규제’에 대한 대대적인 제거 작업을 했다.

첫째, 환경 변화와 기업 수요에 맞춰 업종을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업종이 불명확한 신산업은 신속히 업종을 결정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등 입주 업종 관리를 유연화했다. 기업이 공장 용지를 활용해 신·증설이나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산 유동화를 도입했다. 둘째, 산업단지를 산업, 문화, 여가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편의시설용 토지를 대폭 늘릴 수 있도록 했다. 공장 용지에서 편의시설용 토지로 전환할 수 있는 면적을 기존의 세 배 이상으로 확대하고, 다목적 용도로 사용되는 복합용지 신설의 인허가 기간은 3분의 1로 대폭 단축했다. 이와 함께 민간이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산업단지 재개발 사업 절차를 투자자 친화적으로 개선했다. 마지막으로 전국에 있는 산업단지가 해당 지역의 산업정책과 연계돼 발전하도록 지방정부가 보다 큰 권한과 책임을 갖도록 했다. 산업단지 정책 권한의 지방 이양을 확대하고, 지역별 특색에 맞는 ‘산업단지 마스터플랜’을 지방정부 주도로 수립할 계획이다.

이번 킬러 규제 혁파는 산업단지 정책 기조를 완전히 바꾼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과거 정부가 재정 투입 위주로 산업단지 혁신을 시도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낮았다. 이번 대책은 킬러 규제 혁파와 민간 투자 활성화에 방점을 뒀다. 청년 눈높이에 맞는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입주 업종을 첨단화하겠다는 것이다. 구로공단은 1990년대 말 정부의 선제적인 규제 완화 이후로 지금은 큰 빌딩과 청년들이 넘치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뤘다. 앞으로 규제 혁파와 민간 투자를 두 축으로 해서 제2, 제3의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탄생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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