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봉 군부, 현 대통령 3연임에 "대선 취소, 우리가 권력 장악"(종합2보)

TV서 "무책임한 통치로 국가 혼란, 현 정권 마침표…'수도서 총성' 보도
봉고 대통령 부자, 56년 장기 집권…선거 앞두고 방송·인터넷 끊어
중부 아프리카 가봉에서 치러진 대통령선거 결과 일가 장기 집권을 이어온 알리 봉고 온딤바(64) 대통령의 3연임이 확정되자 군부가 반발하며 권력 접수를 주장하고 나섰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군 고위 장교들은 이날 국영 '가봉24' TV를 통해 "모든 안보·국방력을 대표하는 우리가 권력을 장악했다"며 "가봉 공화국의 국가 기관을 해산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최근 선거 결과는 신뢰할 수 없으므로 결과를 무효로 한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과도기 국가기관 재건위원회'라고 이름 붙인 이들은 "사회적 통합이 지속해 약화하는 가운데 무책임하고 예측불가능한 통치가 국가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을 목도했다"며 언급했다. 그러면서 "가봉 국민의 이름으로, 현 정권에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평화를 지키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들 군 수뇌부는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국경을 폐쇄한다고 덧붙였다.

방송 직후 수도 리브르빌 시내에서 총성이 울렸다고 외신은 전했다.
신송범 주가봉 한국대사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산발적인 총성이 들렸다면서 교민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 정부 측에서는 군부 주장과 관련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봉고 대통령의 안전 여부와 소재 등에 대한 정보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날 앞서 가봉 당국은 지난 26일 치러진 대선 결과 현 봉고 대통령이 64.27%를 득표해 당선됐다고 밝혔다. 야권의 온도 오사(69) 후보는 30.77%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투표율은 56.65%였다.

로이터 통신은 "가봉에서는 투표일 이후 불안과 긴장감이 고조돼왔다"며 "국제 참관단의 부재와 일부 외국 방송의 중단, 당국의 인터넷 서비스 중단 및 야간 통행금지 결정으로 선거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커져 왔다"고 설명했다.

봉고 대통령은 42년간 장기 집권한 아버지 오마르에 이어 지난 14년간 가봉을 통치해 왔다.

2009년 아버지 오마르가 사망한 뒤 치른 대선에서 권좌에 오른 봉고 대통령은 2016년 부정선거 등의 비판 속에 불과 5천500여 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다.

2018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국외에서 5개월간 요양하면서 한때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적도 있다.

해외 체류 도중이던 2019년 1월에는 국내에서 소규모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으나 얼마 안 가 진압된 바 있다.

국제사회는 가봉 군부의 권력장악 발표를 주시하며 상황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과거 가봉을 식민 통치했던 프랑스의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상황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가봉의 쿠데타가 맞는다면) 이는 역내 정세 불안을 가중하는 또 하나의 쿠데타로 기록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중국은 봉고 대통령의 신변 안전과 함께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군부의 권력장악 발표 이후 가봉의 달러 표시 채권 가격은 4% 이상 급락했다. 프랑스 광산 기업 에라멧은 가봉 내 대규모 망간 광산의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