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으로 진격한 소련군의 복수는 남녀를 가리지 않았다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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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히틀러의 러시아 침공은 러시아 민간인과 전쟁 포로들에게 끔찍한 참상을 안겼다. 시간이 흘러, 1945년 1월 소련군은 복수의 기회를 잡았다. 독일 제3제국 국경의 비스와강을 따라 400만명 넘는 병력을 집결시켰다.
앤터니 비버 지음
이두영 옮김/글항아리
712 쪽|4만원
(전 4권)
윌리엄 L. 샤이러 지음
이재만 옮김/책과함께
2064쪽|7만6400원
베를린을 향해 진격을 시작한 소련군은 잔혹했다.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 200만명의 독일 여성이 강간당했다. 700만명 넘는 독일 민간인이 서쪽으로 피란을 떠났고, 수십 만명이 얼어 죽거나 학살당했다. <베를린 함락 1945>는 소련군에 의한 베를린 함락 당시의 모습을 그린 역사서다. 책을 쓴 앤터니 비버는 영국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육군 장교로 복무하다 역사 저술가로 나섰다. 사실에 대한 꼼꼼한 접근이 돋보이는 작가다. 그는 여러 나라의 기록보관소를 뒤지고,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이 책을 썼다.
소련은 연합군에 앞서 1945년 5월 베를린을 함락했다. 그만큼 피해도 컸다. 소련군 7만8000여명이 사망하고, 27만4000여명이 다쳤다. 연합군보다 앞서려 무리하게 전투를 벌인 까닭이다. 특히 너무 많은 병력을 베를린 공격에 투입하는 과정에서 아군끼리 포격을 가하기도 했다. 팔다리를 잃은 러시아군은 ‘사모바르’라 불리며 따돌림을 당하고 자국 정부에게 체포되어 추방당했다.<제3제국사>는 나치 독일을 다룬 최초의 통사이자 대표적인 대중 역사서다. 1960년 초판 발행 63년 만에 한국어로 정식 완역돼 나왔다. 1920년대부터 2차 세계대전 초기까지 유럽에서 나치를 직접 취재한 미국 언론인 윌리엄 L. 샤이러가 썼다. 1950년대에 막 공개된 1차 사료를 바탕으로 제3제국 시대라는 드라마의 주연들과 조연들, 단역들이 눈앞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듯한 생동감과 몰입감이 장점이다. 히틀러의 부상과 독일의 나치화, 전쟁의 시작과 제3국의 몰락에 이르기까지를 4권에 담았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이들은 제3제국의 역사를 쓰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그런 과제는 과거를 조망할 관점을 얻을 수 있는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 하지만 그렇게 기다린 것은 서술에 필요한 믿을 만한 자료를 손에 넣기까지 그만한 세월이 걸렸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장차 과거를 조망할 관점을 얻을 수 있다 해도, 저자가 자신이 쓰려는 시대의 생활상이나 분위기, 또는 역사상의 인물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까닭에 무언가를 놓치게 되지 않을까?”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