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말고 테슬라 커버드콜 ETF"…미국서 '인컴형 ETF' 대세

투자자에게 주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인컴형 상장지수펀드(ETF)들이 미국 본토 시장을 휩쓸고 있다. 특히 단순 주식 매수 대신 주식 매입과 콜옵션 매도를 동시에 하는 커버드콜 ETF나 고배당 채권 ETF 등이 인기다. 당초 예상과 달리 올해 미국 증시가 급등을 이어가자, 벨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리스크를 근거로 자본차익보다는 배당을 노리는 쪽으로 자금이 '대이동'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개별종목 커버드콜 ETF에 '뭉칫돈'

31일 글로벌 ETF 정보업체 ETF닷컴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를 추종하면서 동시에 테슬라 콜옵션을 매도하는 '일드맥스 TSLA 옵션 인컴(TSLY)'에 지난 3개월(미국 현지시간 기준 5월29일~8월29일)사이 5억1412만달러(약 6803억원)가 순유입됐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처음 등장한 개별종목 커버드콜 ETF다. 테슬라 주가가 급상승해도 이 ETF의 상승률은 일정한 수준으로 제한된다. 테슬라 주가가 100% 뛸때 이 ETF는 50%만 상승하는 식이다. 대신 콜옵션 매도액을 배당금으로 지급한다. 테슬라가 완만하게 상승하거나 횡보한다면, 테슬라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이다. 올해만 137.65% 오른 테슬라의 추가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보다는 '적당한 차익과 배당'이 낫다고 판단한 미국 투자자들이 많아진 셈이다.
배당률은 테슬라의 주가 움직임과 시장 변동성, 콜옵션 가격 등에 따라 달라진다. 올해에는 지난달까지 총 주당 5.94달러(배당률 40%)라는 높은 배당을 지급했다. 비슷한 수준이 앞으로도 꾸준히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시장변동성이 여전한만큼 콜옵션 가격에 따른 높은 배당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마찬가지로 엔비디아를 활용해 커버드콜 전략을 사용하는 '일드맥스 NVDA 옵션 인컴 스트레티지(NVDY)'나 애플 커버드콜 ETF인 '일드맥스 AAPL 옵션 인컴 스트레티지(APLY)'에도 지난 3개월 사이 각각 8299만 달러(약 1098억원), 4831만 달러(약 639억원)가 순유입됐다.

○고배당 채권 ETF에 6000억원

S&P500과 나스닥100을 이용해 커버드콜 전략을 쓰는 전통적인 인컴형 ETF들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 3개월 사이 'JP모건 에쿼티 프리미엄 인컴(JEPI)'에는 26억3543만달러(약 3조 4848억원)가 순유입됐다.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S&P500 TR지수를 활용한 커버드콜 ETF다. JEPI의 총 순자산은 290억달러(약 38조원)를 넘어섰다.

나스닥 100 커버드콜 ETF인 '글로벌 X 나스닥100 커버드콜(QYLD)'에도 6억923만달러(약 8057억원)가 순유입됐다.

채권 ETF 시장에서도 인컴을 높인 상품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다. 채권을 매수하면서 콜옵션을 매도하는 커버드콜 고배당 채권 ETF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아이셰어즈 20+ 이어 트레져리 본드 바이라이트 스트레티지(TLTW)'에 지난 3개월간 4억5505만달러(약 6000억원)가 순유입됐다. 채권 커버드콜 ETF도 주식 커버드콜 ETF와 장단점은 유사하다. 장기금리가 급락해 채권가격이 급등한다면 일반적인 채권 ETF의 수익률이 우세하다. 하지만 금리가 완만하게 하락하거나 보합세를 보인다면 가격변동성을 낮추고 배당을 높인 고배당 채권 ETF의 수익률이 더 높게 된다. 고금리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전망에 채권의 가격 차익보다는 인컴을 노린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해석이다. 현재 예상 연 배당수익률은 15%에 달한다. 하재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률이 높아진 주식형 커버드콜 ETF나 금리변동성 완화시기에 효과적인 채권 커버드콜 ETF 등 인컴형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