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기구 설치·손배액 5배로 확대…與, '산업스파이 철퇴법' 발의

지난 6월 국회에서 열린 스타트업 기술탈취 예방 및 회복 지원 민·당·정 협의회. /뉴스1
산업기술 유출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 담당 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국민의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회는 31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가 경제 안보에 직결되는 산업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간첩죄 수준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출에 따른 손해배상 규모는 손해로 인정되는 금액의 3배 이내에서 5배 이내로 확대했다.
그간 기술유출 범죄는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대법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사건 33건 중 87.8%가 무죄(60.6%), 집행유예(27.2%) 선고를 받았다. 징역형은 단 2건이었다.

원인은 낮은 양형기준이다. 재판부는 기술유출 사건의 경우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적용하는데, 이에 따르면 기본 징역형은 1년~3년6개월이다. 가중 처벌해도 최장 징역 6년에 그친다.이와 달리 미국은 국가전략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다 적발되면 ‘경제 스파이법’을 적용해 간첩죄 수준으로 처벌한다. 피해액에 따라 징역 30년형 이상도 가능하다.

개정안에는 기술 유출 피해를 조기에 막기 위한 조치도 담겨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와 정보 수사기관 간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현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담당 기구를 설치할 근거도 새로 마련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유정부의 대응 능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정안 발의는 지난 6월 국민의힘이 스타트업 업계와 기술 탈취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자 진행한 민·당·정 협의회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산자위 여당 간사인 김성원 의원이 대표 발의를 맡았다. 국민의힘은 개정안이 “산업 기술 보호와 국익 확대를 위한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 기업·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개정안과 별개로 간첩죄 대상에 ‘외국’, ‘외국 단체’를 추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 4건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적국’으로 한정된 간첩죄 대상을 확대해 기술유출 범죄를 간첩죄로 처벌할 근거를 만드는 것이 개정안 골자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